'아무나 교장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

2006.06.16 17:31:00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원정책개선특위 전체회의 표결에서 ‘무자격 교장공모제안’이 부결됨으로써 첨예한 논란이 일단락 됐다. 그런데 돌연 교육혁신위에서 다시 교장공모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참교육학부모회,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시민연대 등 일부 학부모단체와 시민단체에 소속된 찬성 측 위원들의 압력에 의해서다. 이는 '일사부재리 원칙'마저 부정하는 몰상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기구의 공식적인 논의 과정과 표결을 거쳐 결정된 사항에 승복하고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며, 애당초 잘못 태어난 '무자격 교장공모제' 발상은 더 이상 교육혁신위원회의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아무나 교장 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교육혁신위에 소속된 중립적 입장의 교육전문가들이 대거 반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선 학교 전체 교원의 80~90%가 반대하는 안이다. 하물며 ‘공모교장제’ 시범운영을 강행하고 있는 교육부도 이 안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움직임은 교육혁신위가 백년대계를 향한 합리적인 교육정책이나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정치적 결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한다. 김대중 정부의 무리한 교원정년 단축 강행으로 결국 오늘날의 교실 붕괴에 이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현 노무현 정부의 무자격 공모교장제로 학교가 붕괴될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엄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마치 군경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초빙공모하여 지휘관을 뽑고, 덕망있는 사회 인사 중에서 법관을 임명하겠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그것도 학운위원 몇 명이 교장을 선출하고 여기서 선출된 교장이 부교장을 임명한다니 얼마나 많은 유혹의 손길이 미칠 것인지, 교장 후보자들은 얼마나 인기영합적이 될는지 불 보듯 뻔하다.

전문성도 낮고 임기 2년의 학운위원들이 교장을 선출했을 때 객관성과 공정성이 보장될 것으로 보는가, 학운위의 심사는 인기투표로 전락하고 학교는 바야흐로 파벌 싸움이 난무하는 갈등의 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더구나 숫자가 많은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들에 의해서 지방토호유지들이 학교를 점령하여 학교를 좌지우지 하게 될 것이다. 사업가나 조합장, 시군의원 등을 하다가 교장이나 한번 해볼까 하는 웃지못할 일도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교장선출보직제’ 등 교육경력이 짧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장공모 또한 위험한 발상이다. 나이 들면 무능하다는 발상과 젊은 나이에 교장을 해보겠다는 환상으로 인하여 교사는 전문성 향상보다는 학교 내외의 소속교원단체, 학연, 지연 등의 연줄과 이해관계가 얽혀 학생교육은 뒷전이고 교원들 간에 줄서기, 눈치 보기에 바쁘고, 묵묵히 교직을 지켜온 대다수의 교원들에게는 한숨을 주는 이런 발상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며 쿠데타이다.

현재 전국의 국공립학교 5년 이상 교직경력교원이 24만 8,000명에 학교는 9,000여개다. 즉 공모제 한다고 승진경쟁, 행정중심 풍토가 해결된다고 보는가, 오히려 과열경쟁과 교원 간 갈등으로 교단의 위계질서는 무너져 교단이 황폐화되고 교육력은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장공모제로 인하여 교장, 교감 자격증 제도가 무너지고 나면 같은 논리로 교사자격증 무용론과 무자격교사공모제 주장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교직의 전문성은 무너지고, 교장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으로써 우리나라 교원자격증제 근간이 파괴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쿠데타적인 교육악법은 교장, 교감, 교사 자격증을 반납하고 정권 퇴진운동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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