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낼 것부터 생각하는 도움이라면

2006.06.21 21:33:00

어떤 일이건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하면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하는 일은 능률도 오르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궂은 일을 마다않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봉사(奉仕)라는 말 자체가 남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해 일하는 것이므로 대부분 스스로 활동을 하겠다고 나선 자원봉사자들이다.

더구나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더 행복한 사회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봉사자가 많아야 한다. 봉사를 당연시하며 작은 실천에서 큰 희망을 찾아야 한다.

봉사는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며 조건을 거는 순간 봉사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봉사자임을 자처하지만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며칠 전 결손가정 아이들을 돕겠다고 학교에 전화를 해왔던 사람도 그랬다.

학교마다 결손가정 아이들이 몇 명씩 있고, 도와주겠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어야 한다는데도 굳이 부피가 큰 쌀로 도우려했고, 전달식을 해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아이들을 돕겠다는 순수한 목적보다 자신의 낯을 내려는데 더 큰 목적이 있었다. 순수가 사라졌는데 봉사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이들이 상처받는 도움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밝히자 다음에 연락 하겠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썼거나 시간을 빼앗긴 것이 억울해서가 아니다. 낯낼 곳을 찾느라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봉사자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미워서다. 얼굴 뜨거운 짓 하며 낯낸 것을 은근히 자랑하며 훌륭한 봉사자로 알려질 훗날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봉사는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보이는 나눔도 좋지만 보이지 않는 나눔도 아름답다. 이왕 봉사를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보이지 않는 나눔에도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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