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만 못 알아듣는 휴대폰 벨소리

2006.06.29 13:38:00

교실에서 선생님만 못 알아듣는 휴대폰 벨소리가 등장함으로써 이제 학교에서 30대만 넘어도 10대들에게 '쉰세대'로 낙인찍히게 생겼다.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테스트베드(Testbed)’-신제품 시험무대-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휴대폰 가입자가 약 3천8백여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0%를 훨씬 넘어섰다. 명실상부한 휴대폰 선진국이다. 특히 가입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25%로써 휴대폰 평균 사용기간이 11.9개월인 이들의 휴대폰 사용은 차세대 이동통신 DMB 서비스와 함께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급기야 최근에는 나이가 들면 듣지못하는, 일명 ‘틴(Teen)벨’이라는 10대 전용 휴대폰 벨소리가 등장했다. '틴벨! 어른들은 안들려요'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이 벨소리는 1만 7,000Hz 주파수 대역을 사용, 빠르면 20대 후반부터 청력이 떨어지는 성인들이 8,000Hz대 이상의 고음대 소리는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착안된 것으로 고주파로 대화하는 박쥐나 돌고래의 소리를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미 영국에서 개발되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보편화되어가는 이 고주파 벨소리가 우리나라에도 곧 보급됨으로써 그러잖아도 나이 든 교사들이 '쉰세대'로 소외당하는 우리의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 사이에 세대차를 구분하는 새로운 잣대가 됨으로써 세대간의 갈등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나이 많은 사람들이 10대들의 시공을 초월한 무분별한 벨소리 공해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Teen벨’의 주수요자인 10대를 가르치는 초・중・고등학교로서는 걱정이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이제는 수업 시간에 문지메시지는 고사하고 선생님이 못 알아듣게 몰래 통화하는 학생들로 또 다시 골머리를 앓지 않을까 걱정이다.

문명의 이기로서 신세대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휴대폰은 인터넷과 함께 정보화 시대를 앞당기는 최상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이에 따른 심각한 문제점 또한 많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다한 요금지출, 장소를 불문한 소음공해 문제 등은 이제 보편화된 문제가 되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틴(Teen) 벨’과 같이 점점 다양해지고 고기능화 되는 휴대폰이 학생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번져갈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런 현상은 '비경제 인구'인 학생들의 과소비를 부추길 우려와 함께 세대 간에 더욱 갈등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등 선진국 등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의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교육 역기능적 측면을 고려하여 사용을 제한하거나 아예 소지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추세다. 이슬람 계율이 엄격한 일부 중동국가에서는 초중고생뿐 아니라 대학생들 까지도 교내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수많은 기능으로 휴대폰이 중요한 생활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기존의 기능 외에도 DMB, 내비게이션, 휴대폰 위치정보시스템으로 미아를 방지하고 길 잃은 노인이나 납치자 등의 행방을 확인한다. 얼마 전에 미국 워싱턴에서 ‘주인을 구한 개’가 ‘사마리안’ 상을 받았다.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던 개 주인 케빈 워너(34)씨가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졌을 때 옆에 있던 '벨'이라는 개가 휴대폰의 911 버튼을 눌러서 주인을 위기에서 구했던 것이다. '휴대폰 만능시대'가 된 느낌까지 든다.

이렇듯 휴대폰이 생활 속에서 이미 중요한 생활필수품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여전히 ‘자율과 규제’, ‘인권존중과 학습권보호’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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