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도난사건은 분실한 어린이의 관리 소홀에 원인이 있다. 견물생심이라고 돈이나 좋은 물건을 보면 욕심이 생기게 되어 있다. 혹 평생 떨쳐내기 어려운 짐을 쓰는 어린이가 있을까봐 도난사건이 일어날 환경이 조성되지 않도록 어린이들의 돈 관리에 신경을 쓴다.
3월 초, 도덕시간에 자기 물건이 아닌 것은 꼭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교육 시켰다. 돈의 경우 주인을 찾아주지 못할 경우 주워온 사람이 주인이 된다는 얘기 끝에 타당성도 알려줬다. 지금까지 우리 반 아이들이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돈을 주워온 게 여덟 번이나 된다. 천원부터 오천원까지 액수도 다양하지만 한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주울 때마다 돈의 유혹을 뿌리치고 담임을 통해 주인을 찾아주는 우리 반 아이들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아직 몇 명의 아이들이 가방에서 돈을 꺼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돈은 꼭 주머니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한다.
어제는 아이들을 하교시키려는데 한 아이가 500원을 주워왔다. 문제는 내 손에 들려있던 500원짜리가 자기 것이라는 아이가 두 명이었다. 서로 자기 돈이라고 우기다가 급기야 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장소를 기억하지 못할 뿐 두 명 모두 학교에서 돈을 분실한 것은 분명했다.
3학년 아이들이 얼마나 알아들을까만 어려운 일일수록 눈물을 앞세우기보다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다.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두 명의 아이에게 500원짜리를 들려주자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금방 환해진다.
세월에 따라 변하는 게 화폐가치다. 아이들 세뱃돈으로 만원짜리가 주어지는 세상이다 보니 요즘 아이들 500원짜리 우습게 안다. 하지만 돈을 분실한 우리 반 아이는 500원 때문에 눈물을 흘릴만한 이유가 있다.
여러 번 주의를 줬지만 매일 하교시간이면 습관적으로 학교 앞 문방구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아이다.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작은 구멍가게에서는 아직도 불량식품을 판다. 그런 가게에는 얼음에 단맛만 나게 만든 100원짜리 아이스크림도 있다. 500원이면 아이스크림이 5개나 되니 울만도 하다.
끝나자마자 신이 나서 뛰어나가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드를 물고 즐거워할 아이를 떠올렸다. 아이가 누릴 행복을 빼앗지 않으면서 나쁜 습관을 고쳐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