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는 내가 근무하고 있는 문의초등학교 188명의 어린이들이 운동장에서 풀 뽑기를 하며 환경지킴이를 실천한 날이다. 아침부터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만큼 푹푹 찌는 날씨였다. 햇볕마저 따가워 더 땀을 흘렸지만 비가 온 끝이라 운동장은 맨손으로도 풀이 뽑힐 만큼 촉촉이 젖어 있었다.
학교가 대청호반에 있다보니 우리 학교의 어린이들은 환경오염에 대해 느끼는 게 참 많다. 환경오염이 결국은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대청댐 물이 2급수에서 3~4급수로 오염되고 있어요. 댐의 물이 오염되면 어떻게 되지요. 물이 없으면 어떻게 살지요?”
하지만 어른들은 환경오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는 구실로 논이나 밭, 심지어 운동장이나 길에까지 제초제를 뿌린다. 토양에 제초제를 마구 뿌려대고, 아무 곳에서나 쓰레기를 태워 다이아옥신을 발생시키니 하나뿐인 지구가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다.
자연이 파괴되고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 홍수ㆍ가뭄ㆍ냉해 등 천재지변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먼 동네의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는 환경오염의 심각한 피해자다. 대부분의 물이 오염된 물 부족국가라 지천으로 널려있는 물을 비싼 값에 사먹고, 오염된 토양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을 먹고 있지 않나 불안해하고 있으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이날 행사는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학교운영위원, 어머니회원들이 함께 참석해 학교사랑과 환경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자리였다. 몇몇의 아이들은 죄 없는 땅바닥에 화풀이를 했지만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땀이 눈앞을 가리는 더위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풀 뽑기에 열중했다.
“선생님 이거 다 우리가 뽑은 거예요. 야, 우리도 이만큼이나 뽑았는데.”
쌓여가는 풀을 보니 아이들의 힘이 대단했다. 특히 담임선생님을 졸졸 따라 다니며 고사리 손으로 쓰레기를 줍는 1,2학년 꼬마들이 대견스러웠다.
“문의초등학교가 ‘물 사랑 중심학교’라는 게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화단이나 운동장의 잡초는 아이들이 직접 뽑도록 해야 한다. 좋은 환경 만들기에 역점을 두는 게 바로 먼 미래를 여는 현명한 교육이다.”
이날 정기석 학교운위원장님은 풀 뽑기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