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학을 맞은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2006.07.26 17:47:00

1학년 1반 19명, 개구쟁이들아! 너희들을 만난 지 벌써 109일 째 되는 오늘은 여름방학 날이구나. 이제 겨우 너희들과 마음이 통하게 되어 즐거운 교실이 되었는데 방학으로 떨어져야 하는구나.

이제는 너희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이 귀엽고 깜찍하고 사랑스럽게 들린다는 걸 알고 있니? 물음표를 '궁금표'라고 말하던 눈이 큰 승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대견해. 우리 반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승현이는 웅변 연습을 하면 참 좋겠다. 욕심 많은 승현이가 이제는 뭐든 지 잘 하니까 글씨 쓰는 자세만 고치면 되겠구나.

글씨 하나라도 알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민혁이는 아직도 장난감을 좋아하는 귀여운 아이이지? 영찬이랑 노느라고 통학차를 안 타고 돌아다니는 버릇을 고쳐서 참 예쁘고 그림그릴 때는 아주 열심히 하는 모습도 자랑스러웠단다. 특히 민혁이는 밥을 잘 먹고 숙제를 잘 챙기니 글씨 공부만 더 하면 아주 잘 할거야.

울보였던 고은이가 이제는 잘 울지도 않고 글씨도 잘 써서 예쁘고 밥도 잘 먹어서 대견하구나. 날마다 거울보기를 좋아해서 선생님이 고은이에게 '거울공주'라고 불렀지? 방학 때에는 좋은 책을 많이 읽어서 더 예쁜 거울공주가 되길 바란다. 2학기에는 우리 고은이가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거울공주'가 되길 바란다.

그뿐이 아니란다. '이라고 저라고'를 제일 많이 쓰던 달음박질 대장 영민이가 우리 곁을 떠나 장흥으로 전학을 간다고 하니, 참 섭섭하구나. 그 곳에 가서도 더 열심히 공부하여 마량초등학교를 빛내주면 참 좋겠구나. 교실에 남아서 심부름도 잘 해 주던 미심이와 선영이는 늘 봉사하는 걸 좋아하는 착한 아이였어. 입학식날 엄마 품을 떠나지 않으려고 울고 불고 힘들게 하던 선영이가 뭐든 지 잘 하는 모습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지.

이해심이 많아서 잘 참아주는 미심이가 방학때에는 언니, 오빠의 도움을 받아서 글씨를 더 잘 읽게 되었으면 참 좋겠구나. 예쁜 글씨를 뽑으라고 하면 항상 서경이가 으뜸이었지. 선생님이 희망이어서인지 서경이는 꼭 선생님처럼 친구들 일을 잘 알고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단다. 글씨는 잘 모르지만 세현이 도움을 받아 숙제도 잘 해 오는 성현이는 항상 웃는 얼굴로 씩씩해서 보기 좋았단다. 떠든다고 꾸지람을 하면 금방 선생님 말을 잘 따라주던 성현이도 방학 동안 글씨 공부만 끝내면 공부를 아주 잘 할 것 같구나.

아는 것도 많고 예의도 바른 정검사 세현이는 항상 자기 모둠 친구들을 잘 챙겨서 내 마음을 기쁘게 했지. 세현이가 친구들의 잘못을 이해해 주고 참아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1학년 아이 같지 않아서 감탄을 하곤 했단다.

모둠장으로서 공부도 열심이고 숙제도 잘 하고 글씨도 잘 쓰는 해솔이는 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이 습관이 되어 규칙을 잘 지켰지. 소풍을 가서 할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울던 것만 빼면 우리 반의 '착실과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아직도 유치원 아이처럼 연필 챙기기, 숙제 챙기기를 빠뜨리는 강이가 요즈음은 밥을 잘 먹고 아침 독서도 열심히 해서 예쁘단다. 강이는 특히 생각이 깊어서 마음씨 고운 표현을 잘 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단다. 강이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방학을 지내야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걸 잊지 말거라.

3월에는 쉬는 시간에 밖에만 나가면 공부가 시작하는 줄도 모르고 민혁이랑 잘 놀던 영찬이는 축구선수 김병지처럼 꽁지머리가 인상적이지. 받아쓰기를 할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구 것을 보고 하라고 해도 절대로 볼 생각조차 안 하는 영찬이가 방학 동안 형이랑 공부를 많이 해서 글씨만 깨우치면 정말로 공부를 잘 하게 될 거야. 자존심이 강한 아이니까 말이야.

유림이를 보고 있으면 선생님의 어렸을 때 모습처럼 까무잡잡한 모습이 귀여워서 '까망공주'라고 부르곤 했는데 유림이가 싫어하니 참아야겠지? 유림이는 왼손잡이이면서도 어쩌면 그렇게 글씨를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지 참 신기하단다. 왼손잡이 중에 예술가 들이 많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유림이가 아침에 조금만 일찍 와서 우리들이랑 같이 아침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방학 동안 잠버릇을 고쳐 오면 참 좋겠다.

또렷한 목소리로 웅변을 잘 하는 하늘이는 아침이면 독서를 참 잘 해서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조차 못 듣고 책 속에 빠지거나 우유를 오래 먹어서 자주 엎질러서 불안하지만, 책을 좋아해서 아름다운 표현을 참 잘 하지? 욕심도 많아서 뭐든 시작했다하면 꼼꼼하게 하는 좋은 버릇을 잘 키우렴. 하늘아, 친구들과 놀 때는 너무 따지지 않고 양보하면 더 많은 친구가 생기는거란다.

우리 반의 점잖은 양반, 이동우! 점심 시간에 느긋하게 너무 천천히 밥을 먹는 버릇만 빼면 뭐든지 성실하게, 꼼꼼하게 잘 해오는 동우는 누나들에게도 인기가 많지? 친구들을 괴롭힐 줄도 모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동우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단다. 친구들과 씩씩하게 잘 노는 방법, 운동하는 것도 배우면 더 좋겠구나.

큰 목소리에 놀기에 좋아하는 원빈아, 처음 만난 친구들과 자주 싸우고 따지기 잘하던 네가 이제는 잘 참는 방법을 보여주어서 고맙단다. 싸우지 못하게 하니 성질이 급해서 눈물부터 보이고 삐지는 네 모습이 귀여운 막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지. 덩치는 크지만 개구쟁이인것은 여전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한 것은 참 좋은 거란다. 2학기에는 남자 아이들이 제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특히 원빈이는 권영이를 자기 짝으로 챙겨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단다. 다른 친구를 돌보는 마음이 공부를 잘 하는 것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야.

벌써부터 일기를 쓰면서 띄어 쓰기까지 잘 하는 나리. 숙제며 공부하는 일, 그림 그리는 일, 좋은 말을 쓰며 친절해서 친구가 많은 나리도 밥을 먹을 때 해찰하는 버릇, 음식을 골라내어 느리게 먹는 것만 고치면 참 좋겠구나. 개구쟁이 영민이와 한 달동안 짝을 하느라 고생했지? 그래도 친구니까 영민이를 잊으면 안되겠지?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권영아, 요즈음은 몸이 아파서 자주 병원에 다녀서 걱정이구나. 공부는 잘 따라오지 못하지만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대견했는데, 내 곁에 남아서 선생님을 잘 도와주던 착한 권영이가 방학동안에 더 건강했으면 참 좋겠구나.

야무지고 씩씩한 명범이는 그림을 잘 그리지. 마음만 먹으면 글씨도 잘 쓰고 밥도 참 잘 먹었지? 목소리가 커서 웅변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늘 달리는 명법이는 방학 동안에 학원에 다나면서 차 조심을 많이 하면 참 좋겠구나. 글을 잘 읽으니 방학에는 동화책을 많이 보며 지내거라.

사랑하는 우리 1학년 19명의 이름을 다 불렀구나. 더 열심히 가르치고 사랑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109일이 지나버렸구나. 마음만 먹고 못 해준 것이 참 많아서 마음이 바빴던 방학날, 너희들에게 꾸지람을 덜 하려고, 준비물을 잘 챙기는 버릇을 들이려고 포인트를 모이게 했는데 선물을 기다리는 모습이 참 귀여웠단다. 아무리 바빠도 영찬이 생일까지 챙겨준 정이 많은 우리 반이 얼마나 대견한 지 모른다. 선생님님도 2학기를 준비하기 위해 멀리 공부하러 가게 되었단다. 좋은 책도 보고 훌륭한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더 많이 사랑하고 가르치기 위해 열심히 살 거란다.

여름방학이 싫다며 몇 번이나 내 팔을 잡아끌던 영찬이, 2학기에 선생님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던 순진한 모습, 보고 싶으면 전화하겠다던 유림이까지 금방 보고 싶어질 것 같구나. 부디 건강한 몸으로 부모님 사랑, 할머니 사랑도 많이 받고 마음도 쑥쑥 키워서 만나자. 아이들아, 사랑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렴.

2006년 7월 26일 나의 귀여운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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