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대 교육위원을 선출한지 이틀째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한 분들은 축하하고 낙선한 분들은 격려하는 게 도리인데 아직 전화 한통 하지 못했다.
나는 교원위원으로 이번 교육위원선거에 직접 투표권을 행사했다. 투표권은 하나인데 충북 1선거구의 17명 후보자중에는 고향이나 직장이 같았던 선배, 한때 같은 뜻을 가지고 활동했던 선배 등 이것저것 걸리는 사람이 반수를 넘는다는 게 문제였다.
모두들 능력이나 인격이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표를 행사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냉정하지만 다시 한번 살펴보고 누군가 꼭 한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게 선거다. 그렇더라도 선거결과가 동등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후보자들을 당선자와 낙선자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바꿔놓고 보니 축하나 격려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그런데 어제 낙선자중 한명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소외받는 아이들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교육위원 낙선자 ***드림”
낙선 후유증을 추스르고 유권자들을 일일이 챙기며 고마워하는 마음씀씀이에 감격도 했다. 나도 낙선자의 메시지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며 답변 문자를 넣었다.
“낙선했지만 유권자들의 고마움 잊지 않고 감사해하는 *** 당신이 진정 승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락을 결정한 선거결과를 놓고 승자와 패자를 구분한다. 하지만 당락에 구애받지 않고 평상심으로 사는 이런 분들도 승자다. 마음을 조금만 바꾸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선거가 있을 때면 후보자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골목까지 내걸린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더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오죽하면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하는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서는 어느 후보자라도 그렇게 해야 마음 편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후보자로서 내건 플래카드보다 당선자나 낙선자가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하는 사례로 내건 플래카드에 감동받는다. 인생살이가 다 그렇지 않은가? 필요할 때만 찾을 것이 아니라 평소에 정을 주고받아야 하고, 당락이 결정되는 과정보다 뒷마무리가 깔끔해야 두고두고 인정받게 되어있다.
이참에 교육위원 선거법도 직선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육위원 당선자와 낙선자들이 사례로 내건 플래카드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