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여기 합천은 전국에서도 덥기로 유명한 고장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올해도 연일 전국 최고 기온 경신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불볕 더위에도 여름 방학 보충수업을 받기 위해 열심히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이 여간 대견스럽지 않다.
시골의 조그마한 고등학교라 극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대입을 위해 모든 것을 걸다시피하는 아이들은 찾기 어렵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삶을 살아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폭염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로 올라오는 아이들을 대하면 왠지 모를 애처로움마저 든다.
“○○아, 올 여름 방학에 땡땡이 안 치고 열심히 하네.”
“아이, 선생님 저도 고3인데, 2학년 때의 제가 아닙니다. 대학가야죠.”
“그래,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선생님 나중 수업 시간에 뵙겠습니다.”
연신 땀을 흘리며 교실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자못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게 했다.
교육부수장의 임명과 사퇴, 그리고 혼란스러운 교육정책들
요즈음 교육계가 교육수장의 임명과 사퇴로 어수선하다. 하도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하지만 교육이 마치 정치의 아귀다툼장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교육현장이 언제 정치의 다툼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미국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기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우리 교육체제를 경쟁과 수월성의 잣대에만 맞추어 날이 갈수록 황폐화시켜 가는 우리 교육현실을 들여다보면 울화가 치미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런 교육기조에 바탕한다면 과연 우리 현실에서 몇몇 아이들이나 구제대상이 되지, 수많은 대다수의 아이들은 그저 그런 몇몇 아이들을 위한 들러리 구실 밖에는 되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저 윗사람의 눈치에만 급급해서 만들어 내는 조급한 교육정책들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더 고통스럽고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주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생님 저도 저도 대학 갈 껍니다!
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하면서 맡았던 아이가 있었다. 공부에는 별 관심도 없고, 그저 학교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구김살 없는 모습이 좋아 밉지 않은 그런 아이였다.
“선생님, 이제 우리 담임 하지 않으니까 좋죠!”
“뭐라노, 작년에 너희들 담임 할 때가 행복했다.”
“예이, 선생님 거짓말 하지 마십시오. 제가 선생님 마음 잘 압니다.”
“그건 그렇고, 그래 대학은 가나?”
“가야죠 선생님. 그래서 이번 여름 방학 보충수업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진작부터 그리 좀 하지.”
“그러게나 말입니다 선생님. 1학년때부터 좀 체계적으로 공부했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았을 건데, 어디 공부를 해야되겠다는 동기유발도 되지 않았고, 그리고 생각도 없어서….”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라. 그런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을꺼야.”
그저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 ○○이가 대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교육적으로 소외된 이들은 자꾸만 바깥으로만 더 밀려나야 하는 교육정책으로 말미암아 정작 우리 아이들이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자리는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을 공부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고 때론 꾸중과 질책으로 대해야 하는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선생님,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요!
그런 걱정이 때론 아이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선생님 너무 걱정 마세요. 어디 명문대만 나온다고 밥먹고 사는 것 아니잖아요. 제 실력과 능력에 맞는 대학 찾아가 열심히 하면 살 길이 보이겠죠.”
“그래 네 말이 맞다. 어디 세상이 그리 만만하고 편안한 적이 있었더냐. 그런 네 생각에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구나!”
“선생님도, 선생님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시죠 계시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여름방학 중에 나와 열심히 공부하는 데 뭔가 답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 맞다. 이렇게 더위를 이겨가며 열심히 하는데 대학이 대수겠니. 열심히 한다는 것 자체만 해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 같다.”
아이는 제법 어른스러운 말로 오히려 나를 위로하려 들었다. 그렇게 무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충수업에 참석하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아니 고마움을 넘어서 대견스럽고 믿음직스럽기까지 했다. 그 아이들이 있기에 새삼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자기 자식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출세의 발판을 마련해주려고 안달하면서 정작 이 땅의 대다수의 소외된 우리 아이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최근의 교육부 수장들이 행태를 보면서 자꾸만 반발심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교육은 뭐라해도 이 땅의 대다수의 우리 아이들을 보듬어 가야 한다. 하지만 자꾸만 그런 아이들을 우리 교육은 버리려하고 있다. 정녕 진정한 이 땅의 교육이 무엇인지 다들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교육부 수장으로 오시는 분은 신자유주의적 사고에만 입각해 과도한 경쟁과 효율성의 입장을 견지하는 그런 크나큰 오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폭염아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여름 방학 보충수업에 나온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