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스컴에서 접한 기사 중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씁쓸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8.15 경축식이 열렸던 날 행사장인 세종문화회관에 들여보내 달라고 수백 명이 항의소동을 벌였다는 소식이다.
내용인즉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좌석은 3천48석인데 3.1절 행사 등 평소 행사 참석률이 40% 밖에 안 되는 것을 감안한 행자부가 정원보다 훨씬 많은 8천6백20장의 입장권을 보냈고, 행사 참석인원이 적어서 고민하던 행자부가 8.15 경축식부터 자원봉사 점수 인정제도를 도입하자 예상 밖으로 학생들이 많이 몰렸다는 것이다.
광복절 기념식도 참석하고 자원봉사 점수도 따려고, 즉 ‘꿩도 먹고 알도 먹으려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던 초중고 학생 수백 명이 결국 입장권을 들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에 학부모들이 아이들은 국민도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단다.
행사장 가득 사람을 모으려던 당국의 무리한 욕심이 광복절 경축식의 참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지만 「애교형ㆍ구걸형ㆍ항의형ㆍㆍㆍ‘방학 봉사활동에도 치맛바람’」이라는 기사와 맞물려 봉사활동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기사에 의하면 '자녀대신 봉사활동을 하게 해달라고 애교를 부리거나, 봉사활동 확인서에 그냥 도장을 찍어달라고 구걸을 하거나, 어려운 일을 시킨 것과 일한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확인해 주지 않는 것을 항의하는 엄마들이 많다'는 얘기다.
봉사활동 점수는 학교 내신 성적에 반영되고, 향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만든 제도이더라도 나쁘게 받아들이면 이렇게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는다.
자기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만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 사랑과 교육열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한다. 절대 내 자식만은 기죽이지 않겠다고 몇 십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선뜻 사주는 게 우리나라 부모다.
아이들은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면 편안하게 자원봉사 점수를 따면서 ‘꿩 먹고 알 먹는다’는 것을 생각해 낼만큼 영악하지 않다. 학생들이 노인정, 요양원 등 불우시설 보다 시청, 경찰서 등 일하기 편한 곳을 봉사활동 장소로 선택하는 것도 부모의 과잉보호 때문에 일어나는 기현상이다.
이쯤에서 세계최고봉 히말라야에서 쓰레기 수거활동을 하고 있는 ‘에베레스트 클린마운틴 원정대’를 생각해보자. 산악인들은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고 말한다. 또 전문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이 평생의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클린마운틴 원정대’는 목적이 다르다.
온갖 고생을 다하며 에베레스트 등정의 마지막 캠프인 캠프4(8000m)까지 오르고도 정상정복에 욕심을 부리기는커녕 히말라야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깡통 등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정말 아무나 생각할 수 없고, 실천하기도 어려운 행동이라 가슴에 와 닿는다.
이렇게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이나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작은 이익을 챙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여럿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큰 인물로 키우는 게 자식사랑을 실천하는 제대로 된 교육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