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해외여행 안 가시나요"

2006.08.19 18:29:00

이제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동안 아이들과 보충수업, 그리고 여타 학교업무를 보느라고 시간을 보내버렸다. 제대로 시간 한 번 내서 가까운 곳이라도 한 번 다녀오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말았다.

가끔 TV를 통해서 나오는 바리바리 짐을 싸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보면은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디에서 저런 여유들이 나올까라는 잡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아마 여름방학을 며칠 앞 둔 시점이었을 것이다. 수업중에 해외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선생님은 이번 방학 때 해외여행 안 가세요?”
“선생님이 어디 그런 여유가 있나, 우리 땅도 제대로 한 번 밟아보지 못했는데.”
“어, 우리 선생님은 이번 방학 때 해외가신다고 하던데, 선생님은 부럽지 않으세요.”
“너희들은 해외여행 가는 것이 그렇게도 부러우냐?”
“예, 우리도 어서 한번 물 건너 가고 싶어요.”

“이놈들아, 해외여행 가기 전에 우리 나라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아름답고 가치로운 곳부터 먼저 한 번 가봐라!”
“아이, 선생님도 또 그러신다. 선생님만 애국자고 우리는 다 비애국자인것처럼 이야기하지 마세요.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자꾸 우리것만 고집해서 되겠어요. 멀리 나가서 새로운 문화를 접해 보는 것도 더 중요해요.”

아이들은 제각각 나름의 주장을 폈다. 특히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해외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정인냥 역설을 했다. 오히려 한 수 배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론 그런 아이들의 주장이 뭐 그리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에 자조적인 느낌마저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휴가철만 되면 바리바리 짐을 싸서 이 나라를 빠져 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과연 이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국제화, 세계화 시대의 한 모습일까 하고 되묻게 된다.

선생님 우리도 수학여행 해외로 가요!

수학여행 철만 되면 많은 아이들이 곧잘 수행여행지를 해외로 가자는 경우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도시의 일부 학교에서는 인근 동아시의 나라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선생님 우리도 이번에 수학여행 중국으로 한 번 가요!”
“이놈아 부모님이 힘들게 돈 벌어서 학교 보내놓았더니 기껏 하는 소리가 해외여행 타령이냐?”
“도시의 많은 학교는 일본이나 중국으로 많이들 간다고 하던데, 우리는 언제나…”
“해외로 가는 것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왜 해외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되지 않겠니, 단지 즐기기 위해서 놀기 위해서 혹은 조금 신기하다는 생각만으로 많은 돈을 들여가며 가야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낭비 아니겠니?”
“그건 그렇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데 우리도 이번 수학여행을 기회삼아 한 번 가봤으면….”

많은 아이들이 수학여행 철만 되면 곧잘 되풀이 하는 해외여행 타령이다. 교사로서 이런 아이들을 무조건 타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휴가철만 되면 이 땅은 벗어나야 하는 그런 곳으로 치부하고 해외로 나가버리는 판국에, 우리 아이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많은 돈을 들여 가며 방학중에 어학연수를 떠나는 아이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실제 본교와 같은 농․어촌 학교에서도 몇 명이 그런 어학연수를 떠나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많은 돈을 들여 떠난 연수가 대부분 일회성 해외여행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효과는 대부분 미비하다고 한다.

무분별한 해외여행 이제 한 번 생각해 볼 때 아닌가!
“서선생은 이번 방학중에 밖으로 한 번 안 나가, 젊었을 때 한 번 가보는 것도 도움이 많인 될텐데.”
“아이, 선생님도 제가 어디 형편이 됩니까. 아직 우리 나라도 제대로 한 번 돌아보지 못했는데….”

심심치 않게 주변 선생님들로부터 해외여행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고 한다. 특히 방학만 되면 그런 말들이 주변에서 많이 오고가곤 한다. 뿐만 아니라 방학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하시는 선생님들도 실제로 해마다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선생님, 방학 중에 나름대로 뭔가를 새롭게 배우기 위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좋지만, 그래도 방학 중에 학교에 나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조금은 보기 좋지 않은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요사이 우리 경제도 많이 어렵다고 하던데,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을 듯 합니다.”
“그렇지, 무엇보다 아이들이 우선이지. 해외여행도 좋지만, 아이들을 제쳐두고 해외여행이 우선시되어서는 안되지.”

날로 늘어나는 해외여행객으로 우리나라도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들이 방송을 통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급등하는 기름값에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경기로 많은 이들이 삶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삶의 질도 그런 세파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학교현장에서 이런 해외여행이라는 말이 나오면 가끔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재의 삶의 모습과 자꾸만 겹쳐지게 된다. 또한 교육적인 관점에서 이제 접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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