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부 연예인들은 성형을 한 것이 마치 자랑거리라도 되는 듯이 자연스럽게 대중들 앞에 드러내기도 한다. 그만큼 성형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이 둔감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성형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 마치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인 냥 매도를 당하곤 했지만, 현재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너그러워 진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그런 성형을 하는 것이 부의 상징이나 자신의 계발을 위한 하나의 수단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야! 너 눈이 왜 그래?
중·고등학교 현장에 있다 보면 이런 연예인들의 행동과 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물론 연예인들의 유행을 쫓아 멋을 부리는 아이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그런 점도 하나의 자기표현 정도로 인정해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 연예인들 사이에서 성형수술이 아주 보편화된 현상쯤으로 취급되고, 성형을 한 것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분위기에 편승해 우리 아이들도 가끔 성형에 가까운 일을 벌이곤(?) 한다.
“○○아, 너 눈이 이상하다.”
“아이, 선생님 예쁘단 말이에요, 그렇지 않다는 말이에요.”
“물론…. 근데 정말로 눈이 왜 그래. 혹시 성형?”
“선생님도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요즈음 아이들 많이 해요.”
개학 이후에 만난 그 여학생은 약간은 부은 듯한 눈을 부끄럽게 생각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이 쌍꺼풀 수술을 한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쌍꺼풀 수술했다고 아이에게 무슨 교육적 훈계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것에 무관심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실상 자신 있게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도리어 무안하기까지 했다.
외모도 하나의 경쟁력이라고요!
막 교직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가 9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만 해도 성형수술이라는 것이 그렇게 보편화되지 않았고, 혹시나 연예인들 중에서 그런 성형 사실이 발각이라도 되는 날에는 거의 연예계에서 매장당하는 그런 시기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지던 성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상당히 바뀌어 가고 있음을 우리 아이들로부터 읽을 수 있다.
조그마한 시골학교에 근무하면서도 그런 상황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성형에 대한 요구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일 것이다. 특히 고학년 여학생으로 갈수록 성형에 대한 뚜렷한 생각과 의지들을 접하게 된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몸을 어떻게 칼을 대어 함부로 고치는지….”
“선생님도, 너무 그렇게 고리타분하게만 보지 마세요. 그것도 경쟁력이란 말이에요.”
“무슨 경쟁력?”
“선생님은 인터넷도 보지 않으세요. 면접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인상 아니에요. 무엇보다 남에게 호감 가는 인상을 주면 좋잖아요.”
특히 여학생들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대학면접이나 사회에 나가서 외모가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곤 했다. 이런 점들이 대다수 아이들에게 전달되었는지 개학만 하면 제법 상당수의 아이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선생님, 병원 좀 다녀 올께요!
개학을 하고 며칠 지나서였다. 한 여학생이 허급지급 급한 모양새로 교무실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다름 아닌 개학하고 본 바로 그 여학생이었다. 뭔가 불안하고 다급한 표정으로 선생님과 말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곁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듣게 되었다.
“선생님 아무래도 수술한 것이 조금 이상해서 재수술을 해야겠어요.”
“내가 보니 괜찮은데….”
“아이참, 선생님은 잘 모르시잖아요. 이렇게 놓아두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러면 선생님이 어떻게 해 주면 되니?”“병가를 내어 병원에 다녀 올께요.”
“병가를 낸다고….”
선생님은 결국 병가를 내어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하도 학생이 재수술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니 어떻게 말릴 수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작 몸도 아프지 않은데 병가를 내 달라는 아이의 말에는 혼란이 있었던 모양인지 내심 편안치 못한 표정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이거 원 몸이 아파야 병가를 내주는 것이 맞는데….”
“최근에 부쩍 성형과 관련된 수술을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개학만 되면 제법 모양새가 달라지는 아이들이 눈에 띄는 것 같아.”
“그러게 말에요. 이거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권할 수도 없고….”
“앞으로가 더 문제야. 많은 아이들, 특히 여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혹시나 교육현장에서도 이런 부분들에 세심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거야.”
“우리 같은 조그마한 시골 학교에서도 그런데, 다른 대도시 학교에서는 오죽 하겠어요.”
선생님의 허락을 맡고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는지, 교무실 문을 빠져 나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하지만 내내 혼란스러웠다. 한창 자랄 나이에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관심과 욕구가 자칫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다른 방향으로 혹시 망가뜨릴까봐 두려웠다.
학교 밖에서 보기에 기우라고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학이면 초등학생까지도 성형 열풍에 휩싸인다는 소식을 들으면 씁쓸함을 감출길이 없다. 더욱이 이런 시골의 조그마한 농촌학교에서 조차도 개학만 되면 외모만 변화된 아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 자꾸만 고민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