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교육의 출발입니다

2006.09.26 11:07:00

요즈음 우리 교육계는 여러 가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립형 사립학교, 방과 후 학교, 교원평가 등 산적한 문제로 교육부와 교사, 학부모, 교원단체들간에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이는 우리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간의 진지한 상호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불신과 갈등의 결과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0개월 된 큰 아들 윤민, 학교(?)를 보내야 하나?

올해 큰 아들 윤민이가 드디어 학교, 아니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다. 이제 30개월이 갓 넘은 아이를 남의 손에 보내려 하니 온 식구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가 또래의 아이들 속에서 잘 적응 여부의 문제에서부터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자꾸만 아빠의 엄마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여보 도대체 아이를 어디 어린이집에 보내야 될 지 모르겠어요.”
“너무 고민하지 말고 집에서 가까운 곳 보내자구!”
“집에서만 가깝다고 아이에게 좋을 까요…”
“그러면….”
“같이 한 번 몇 군데 둘러봐요. 시설이나 선생님, 그리고 식단 좀 보고 결정해요.”
“몇 군데?”

아내는 아이를 어디를 보낼까 내심 오랫동안 고민해 왔었다. 물론 아내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몇 달 전부터 자꾸만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머니께서도 집에서 이제까지 손수 키웠는데, 낯선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자못 걱정이 되시는지 자나께나 손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잘 적응할 거에요.”
“그래도 저 어린 것을 한 나절이나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것은 영 마음이 놓이질 않는구나, 너희들은 모두 내 손으로 학교 들어갈 때까지 키워서 그런지 몰라도…”

둘째까지 있는 마당에 두 아이를 모두 어머니께서 보신다는 것이 무리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어머니께서도 내심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면서도 두 아이를 감내하시기가 벅찬신지 딱 잘라 보내지 말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셨다.

학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이런 저런 고민끝에 아내와 나는 윤민이를 집에서 약간 떨어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세 군데 정도의 어린이집을 둘러보면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도 해 보고, 주변 시설을 둘러보면서 윤민이가 가서 작 적응하겠다 싶은 어린이집을 결정하게 되었다.

‘정말로 학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게 되었다. 학교에 근무하면서도 교무실을 드나드는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별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작 입장이 바뀌고 보니 정말로 어렵고도 힘든 부분이 바로 아이의 선생님을 대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를 이번에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하는데, 아직 너무 어리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너무 걱정마세요. 여기에는 대부분 윤민이와 비슷한 연령 또래의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하고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지만, 차츰 잘 적응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우리 부부의 아이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염려는 당연한 것이지만, 일단 믿고 맡겨 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을 운영하시는 선생님들이 아이 본인과 우리 선생님들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교육도 사람 사이의 일인지라…

우리 부부는 몇 군데를 둘러보고 나서야 윤민이가 갈 곳을 정할 수 있었다. 일단은 주변 환경과 또래의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 우선 좋은 점으로 판단되었다. 물론 정작 본인의 생각은 물을 수 없었기에 혹시나 다음에 원망의 소리나 듣지 않을까라는 부부의 기우를 뒤로한 채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전날밤 우리 부부는 내내 아이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아이가 입고 갈 옷이며 가방이며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겨 보았다. 물론 가져갈 것도 거의 없었지만,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걱정스러운 말만 늘어놓고 있었다.

“여보 윤민이가 잘 할까?”
“선생님이 믿어 보라고 했잖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믿어보자구.”
“그래도 저 어린 것이 밥이나 제대로 먹을 지….”

이래저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윤민이는 그저 새끈새끈 숨소리를 내어가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첫날 아침 우리 부부는 윤민이를 어머니께 맡겨 놓고 출근을 할 수밖에 없없다. 개학을 했는지라, 학교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걱정하지 말고 아이들이라 열심히 가르치라고 하시면서 우리 부부를 안심시켜 주셨다. 학교로 향하면서 우리 부부는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윤민이가 잘해야 될텐데라는 생각으로….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우리 부부는 서로 전화로 아이의 안부를 확인하기에 바빴다. 윤민이는 어린이집에서 열심히 놀고 먹고 잘 지냈다는 선생님의 확인전화를 받고서야 비로서 안심을 할 수가 있었다.

윤민이가 벌써 어린이집에 간 지 몇 주일이 지났다. 가끔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하곤 한다. “친구 아야!, 선생님 아야!” 하면서 친구와 다투거나 선생님께 혼난 일들을 “아야”라는 말로 대신하곤 한다. 그럴 때면 우리 부부는 한편으로 아이의 표현에 웃음을 던지면서도 내심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대로 윤민이는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물론 어린이집 선생님이 윤민이에 대한 좋지 못한 버릇이나 습관 등에 대해 지적해 줄 때는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한다.

정작 내 자식 하나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서 많은 아이들 앞에, 그것도 다 자란 아이들 앞에서 교사로서 떳떳하게 설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니, 정말로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우리 윤민이를 보면서 자꾸만 되뇌어졌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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