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학교이고, 추석을 앞두다보니 주변의 산소에서 벌초하는 사람들의 예초기 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낫으로 웃자란 잔디를 깎고 호미로 잡초를 뽑던 시절에 비하면 명절맞이도 무척 편해졌다.
모든 게 사람위주로 편리하게 발달하다보니 낫이나 호미를 들어야 할 일도 없다. 그런데 상수원인 대청댐 옆에 위치한 우리 학교(청원군 문의초) 어린이들은 일부러 날을 잡아 운동장에서 열심히 호미질을 하고 맨손으로 잡초를 뽑았다. 물론 물 사랑 학교로서 수질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 중에는 아이들이 손으로 풀을 뽑는 것에 대해 불만도 한다.
학교 운동장에 제초제를 뿌리면 굳이 아이들이 손으로 잡초를 뽑지 않아도 되고 학부형들에게 욕먹을 일도 없다. 잡초만을 없애주는 제초제가 생긴 후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하다. 논밭이든 학교운동장이든 제초제가 뿌려지기만 하면 잡초들은 뿌리까지 누렇게 떠 말라비틀어진다.
편리함만 따진다면 당연히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들이 문제다. 제초제를 마구 뿌려대면 수질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우리나라도 물 부족국가 대열에 들어섰고, 먼 나라에서 사오는 기름보다 물값이 비싼 세상이 되었다.
더구나 한번 오염되면 희석되는데 200년 이상 걸린다는 지하수마저 많이 오염되었다. 환경부에서 약수터 등 전국의 먹는 물을 수질 검사한 결과 20% 정도가 식수로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지하수오염도 심각하다. 어쩌면 지하수 등 환경오염의 심각성은 원인제공자인 사람들이 의도적이지 않고, 관심이 없어 생기는 일인데도 직접 피해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데 있다.
농약대신 오리나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토양오염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제초제 대신 잡초를 제거하며 수질오염을 막을 방법은 없다. 오로지 힘이 들더라도 사람이 직접 풀을 뽑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연중 잡초제거 작업을 시키면서 물 사랑 교육을 병행하자는데 교장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장님이 뜻을 같이한 게 발단이었다.
아이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운동장의 구석진 곳마다 잡초들이 무성했다. 하지만 긴 방학동안 땅 속에 뿌리를 내리며 제멋대로 자란 잡초들이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 의해 깨끗하게 제거되었다.
이때만은 손목에 힘을 주고 호미질을 힘차게 하면서 잡초를 모질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안다. 손아귀에 힘을 주고 두 손으로 연달아 풀을 뽑아대는 아이들도 있다. 행사의 목적을 분명히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잡초가 제거되니 놀이동산의 오석에 써있는 증평초 오병익 교장선생님의 동시 '물감 칠하기'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모든 일이 다 그렇다. 거창하게 구호만 외칠게 아니라 이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도 그렇다. 나는 이렇게 편한 방법을 선택할 테니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보다 공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