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콘크리트 못을 어찌할까요?

2006.09.30 22:16:00


교장 선생님이 9월 1일자로 새로 부임하시고 그 분의 제안으로 처음으로 토요일 대청소를 하였다. 대청소, 오랫만에 듣는 말이다. 얼마나 학교가 더러웠으면, 얼마나 치우지 않았으면 대청소 이야기가 나왔을까? 부끄러운 일이다.

다행이 전 교직원이 뜻을 같이해 털고 쓸고 닦고 문지르고 걸레질을 하니 환경이 일신되었다. 부장들이 앞장서 실외 청소를 지도하는데 몇 년 묶은 쓰레기가 쓸려나가는 것을 보니 체증이 뚫리는 기분이다. 모 학급은 가스 배관 위 먼지까지 청소하는데 대청소의 위력을 실감하였다.

보통 때는 지저분한 것이 보이지 않지만 대청소를 하면 보이나 보다. 대청소 없이 평상 시 청소하고 정리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학교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아니 그 잘못된 관습을 깨뜨리지 못한 것이, 게으름이 부끄러운 것이다.

선생님이 퇴근 한 오늘 오후, 장도리를 들고 교실 순회에 나섰다. 평상 시 보아 두었던 눈에 거슬리는, 위험한 못을 뽑으려는 것이다. 과연 몇 개나 있을까? 생각보다 많았다. 주로 교실 앞출입문에 필요 없는 못이 많이 박혀 있었다.

수 십개를 뽑았는데 1cm의 실못에서 10cm의 대못, 무두(無頭)못, 철사가 매달린 못, 나사못, 압정 등 종류도 대단하였다[사진 오른쪽]. 하나하나 녹슨 못을 뽑으면서 과거 묵은 때를 없애는 기분이었다. 그 동안 이 학교를 거쳐간 교직원의 무심함이 어느 정도인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못을 빼면서 가장 크게 놀란 것은 4층 3학년 1반 교실 앞문 옆 시멘트 벽에 박힌 콘크리트 못이었다[사진 왼쪽]. 그 높이가 학생들 눈높이와 맞아 거기에 부딪혀 닫힌 사람이 걱정되었다. 피부에 부딪치면 몇 바늘 꿰매야 하고 옷이 걸리면 그냥 찢겨져 나가는 것이다.

못의 머리를 보니 반들반들하다. 벽을 보니 학생들 손때가 많이 묻었다. 장도리를 갖다 대었다. 얼마나 단단히 박혔는지 끔쩍 않는다. 망치로 이리저리 건드려 보다가 간신히 빼었다. 가슴이 후련하다. 그 동안 이 학교를 거쳐간 교장, 교감, 행정실장, 선생님들의 무관심이 이 정도였구나 하고 생각하니 학생들에게 미안한 감이 앞선다. 큰 사고가 안 난 것만도 다행이다.

토요일 대청소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대청소는 필요하구나!'이다. 월 1회 내지는 2회 정도가 적당할 듯 싶다. 그리고 교장, 교감, 행정실장의 따뜻하고 밝은 눈을 가진 교내순회가 절대 필요함을 느꼈다.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어느 토요일 오후, 학생들 모두 귀가하고 선생님들 퇴근 한 이후에 마음 먹고 찬찬히 교실과 복도를 돌아보며 고칠 곳을 찾아 손수 고치는 교직원이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은 교감이지만 예비교장으로서 해야 할 작은 일을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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