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비 사랑' 식을 때가 되었다

2006.10.13 10:36:00


예전에는 여름날 밤이 되면 사람들을 괴롭히는 모기를 쫓기 위해 맷방석 주변에 모깃불을 피웠다. 모깃불에서 나온 연기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마당가득 퍼져나가면 신기하게 모기들이 어디론가 숨어버렸던 것으로 봐 옛사람들은 참 지혜로웠다.

영리한 사람들이 과학을 발달시키며 맷방석에 모이는 사람들도 사라졌고 모깃불을 피울 일도 없어졌다. 보다 손쉽게 해충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고, 그런 물건들이 많이 발명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모기나 나방 등을 불빛으로 유혹해 전기로 태워 죽이는 전자포충기다.

여름철 식당의 입구에 걸린 포충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무슨 이유로 타죽는 줄도 모르고 포충기 속으로 날아드는 나방들이 얼마나 많은지 총을 쏘듯 연속해서 ‘타타타’ 소리가 들린다. 오죽하면 감정에 따라 무조건 맹목적으로 하는 사랑을 불나비사랑이라고 한다.

요즘 세계의 모든 이목이 북한의 핵실험 여부와 UN 등 국제기구가 북한을 어느 선까지 제재할 것인가에 몰려있다. 북한과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미국, 일본, 중국 등의 태도도 중요한 관심사다. 물론 같이 한반도를 이루고 있는 우리 측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변수가 많아지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남한의 민간인들이 육로로 북한을 넘어갈 만큼 금강산관광이 평화시대를 열어가고, 남북경협의 일환으로 건설된 개성공단이 남북의 협력시대를 열어가는 이때 왜 김정일 정권이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무모한 짓을 벌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6월 29일 개성을 방문해 개성공단과 고구려의 유적은 물론 북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작금의 사태를 더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기도 하다.

남북을 오가며 절실히 느낀 게 같은 산하에서 살고 있는데도 북측의 사람이나 자연에는 생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꽉 차있어 부족한 게 없는데 북측은 헐렁하고 뭔가 부족한 게 많았다. 일행들이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으니 주관적인 느낌만은 아니다.

그때 보고 느낀 것을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개성공단이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질 좋고 값싼 노동력과 기술이 뒷받침되는 자금력이 만나 남북경협의 발판을 마련함은 물론 남북이 평화를 유지하게 하는 완충지대였다. 공단에서 일하는 북측근로자들이 장래 남북이 평화의 길로 나가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상당히 빈곤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것을 주체 못하는 우리와 달리 북측은 연민의 정을 느낄 수밖에 없을 만큼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두 헐벗었다. 길거리에서 본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같이 어두웠다.

셋째, 남북이 너무 가깝다는 것이다. 수속 밟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지 실제 개성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몇 분 되지도 않는다. 지척에 있는 남북이 오랜 세월 다른 이념과 체제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인간들의 욕심 때문이다.

어떤 집단을 이끌던 지도자는 지혜롭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무모하다고 손가락질 받는 불나비의 행동은 지도자가 선택할 조건이 아니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모깃불을 피우며 같이 즐겁게 살길을 찾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는 용기가 필요하다.

욕심이 지나치면 판단을 제대로 못한다. 그래서 권력을 쥔 사람들의 말로가 비참하다. 김정일 정권이 북측 인민들의 불나비 사랑이 식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모른 채 무모한 짓을 저지르는게 안타깝다.

60년대 초등학교를 다녔던 내 모습 닮았던 북측의 어린이들과 행복이 넘쳐나는 우리 반 어린이들의 밝은 모습이 자꾸 오버랩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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