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편견 이제는 버려야 할 때

2006.10.27 16:26:00

요즘 교실은 다음 주부터 실시되는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불타고 있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 또한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중간고사 일 주일 전부터 웬만한 일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하물며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할 때에는 내 발걸음까지 방해가 될까봐 조심한 적이 있었다.

금요일 아침. 조회를 하기 위해 교실 문을 열자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교실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내 신경을 자극하게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교실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와 사물함 위에 내 팽개쳐 있는 실내화였다. 하물며 쓰레기통은 쓰레기가 넘쳐 흘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였다.

사실 봉사학생과 청소당번이 정해져 있지만 시험공부에 쫓기다 보니 평소 때보다 청소가 소홀할 수밖에 없다. 설령 청소를 한다고는 하지만 거의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이들의 이런 처사에 내심 화를 내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괜한 일로 아이들의 심경을 불편하게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상황이 달랐다. 아무리 시험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행동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한편으로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꾸중을 할 요량으로 아이들 모두에게 책을 덮게 하고 눈을 감으라고 했다. 나의 주문에 아이들은 시험공부를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애써 참는 눈치였다.

우선 교실 환기를 위해 창문 모두를 열게 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추운 듯 몸을 움츠렸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조금 미안한 생각은 들었지만 단체생활에 있어 꼭 지켜야 할 사항만큼은 일러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오늘 너희들에게 실망을 했단다. 아무리 시험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시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손 들어봐?”

단 한명의 아이도 내 질문에 손을 들지 않았다. 설령 그 답을 안다고 할지라도 이 분위기에서 손을 들고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지금의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는 사실을 아이들 또한 알고 있는 듯 했다.

“선생님이 너희들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학생으로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본단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교실에 떨어진 휴지를 피해가기 보다 휴지 하나 주울 수 있는 만큼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너희들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튼 시험을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구나. 앞으로는 선생님이 한 말 명심하길 바란다. 자, 그럼 지금부터 눈을 뜨고 시험공부를 하도록 해라.”

그런데 내 말을 듣고 난 뒤, 책을 펴고 공부를 할 줄 알았던 아이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각자의 책상 주변을 정리하더니 책걸상을 뒤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빗자루와 걸레를 가지고 와 교실 바닥을 쓸고 닦기 시작하였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갑작스런 행동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리고 잠시 동안 교단에 우두커니 서서 아이들의 그런 행동을 지켜보았다. 한편으로 아이들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험에 예민해져 있는 아이들인데.

잠시 뒤 청소를 끝낸 아이들은 마치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아이들을 원망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을 맡고 있는 난 얼마나 행복한 선생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을 나가기 전에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 살펴가면서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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