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요구하는 학교체육

2006.10.23 17:06:00

‘우리나라 중ㆍ고등학교 운동부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학생이라기보다는 거의 운동하는 기계와 같은 생활을 매일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체육 특기자로 진학하기 위해서 수업과는 전혀 담을 쌓고 때로는 구타까지 감내하는 학생들...’

며칠 전, MBC의 뉴스데스크가 오로지 대회에서 좋은 성적만 올리려하고, 선수들을 대학에 진학시키는 일에만 매달리는 코치나 학교 당국을 꼬집은 ‘학교스포츠, 수업은 없다’의 일부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학교체육 위주의 엘리트 체육, 즉 몇 명의 운동선수들이 국가의 명예를 드높였다. 그만큼 학교체육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키며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클럽 팀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는 선진국들과 같이 몇 년 전부터 생활체육이 활성화되고 있다. 생활체육에 비해 월등히 적은 예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교체육이 소외받고 있는 느낌이지만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서 학교체육의 폐해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덜할 뿐 아직 대부분의 종목들이 학교체육에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체육 특기자에 대한 최저학력 기준이 없는 대학입시제도가 운동선수들이 수업을 포기한 채 종일 운동에만 매달리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면서 몸 관리를 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운동선수 부모들의 허황된 생각이 오히려 학교체육을 멍들게 하는 면도 있다. 90년대 초, 야구부가 있는 시내학교에서 체육부장으로 근무했었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 전국에서 강팀대열에 낄 만큼 실력도 있는 팀이었다.

대회 출전이 잦다보니 자연스럽게 야구부 부모들과 대면할 일이 많았다. 그때 부모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꿈꾸는 게 한결같았다. 모두 자기 자식들이 연봉을 몇 억씩 받는 프로야구팀의 스타가 되는 것이었다. 아직 프로팀이 활성화 되지 못한 현실에 비춰볼 때 운동을 해서 스타가 되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겨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식을 스타로 키우는 꿈같은 일이 현실이라도 된 양 거드름을 피우는 부모도 봤다.

시합 전이면 그때의 야구부 부모들도 선수들의 수업 때문에 학교 측과 마찰을 빚었다. 초등학교 선수들이니 ‘당연히 수업이 끝난 후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측의 주장이었고, ‘운동선수로 키울 것인데 공부가 왜 필요하냐’는 게 번번이 제동을 걸고 나서는 부모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다 시합에라도 지게 되면 연습이 부족했다며 학교를 원망하기 일쑤였다.

생각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의 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오로지 자식 뒷바라지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느 날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선수나 부모들이 절망의 늪에서 어떻게 헤어나겠는가?

그때 스타가 될 기대주로 학부모들이 인생을 걸었던 아이들 중 한명만 프로야구 시합이 있을 때 TV에 얼굴이 나온다. 나머지 아이들이 어디까지 선수생활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선수생활에 종지부를 찍었을 때 아이들이나 부모가 느꼈을 절망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로지 운동만 하면서 학창생활을 보내야 하는 운동선수들의 교육현실이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스타를 만들어내는 기계를 요구하고 있는 학부모의 의식구조나 사회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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