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치유자이어야 합니다

2006.10.23 20:16:00

오늘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인 것 같습니다. 가을비가 온 뒤라 그런지 가을더위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저녁이 되니 오히려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아마 수업도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상쾌한 마음으로 했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음에 품은 독을 제거하라’는 글을 읽었는데 마음속에 품는 독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품은 독은 점점 커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속에 품은 독은 자신을 망치고 남에게도 유익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글 속에는 두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꼬마였을 때 나는 아버지와 함께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한참 차를 타고 가는데 아무리 봐도 식당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아니었다. 결국 아버지께서는 별다른 생각 없이 말씀하셨다. “더 빠른 길이 있는데요.”

그러자 운전하는 사람의 입에서 흥미로운 대답이 튀어나왔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길로 가지 않을 겁니다. 몇 년 전에 거기 사는 사람이 우리 가족에게 못된 짓을 했거든요. 그 뒤로는 그쪽 방향으로 오줌도 안 눈다고요.”

다른 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명한 복서 제임스 토니는 링에서 저돌적인 선수로 유명했다. 마치 미친 사람처럼 강력한 펀치를 휘두르는 그는 수년 동안 미들급 세계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어느 날 시합을 이긴 토니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언제나 링에서 그토록 엄청난 열정과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기별은 무엇입니까?” 기자는 “승부욕이 강해서 그래요. 저는 권투가 너무 좋습니다.” 같은 전형정인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토니는 매우 뜻밖의 대답을 했다. “제가 왜 그토록 미친 듯이 싸우는지 궁금하다고요?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는 저희를 버렸지요. 그래서 어머니 혼자 저희를 키우느라 엄청 고생하셨지요. 저는 링에 나갈 때마다. 상대편을 아버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미움과 분노를 그 선수에게 퍼붓지요. 한 마디로, 완전 폭발한다고요!”

저는 이 두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지난주에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눈 2학년 담임선생님 한 분이 생각났습니다. 식사를 할 때 ‘선생님은 남학교에 계시다가 오셨는데 우리학교와 비교해서 근무하기가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우리학교가 여고라 그런지 근무하기가 그런대로 좋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여학생들 몇 명은 오히려 끈질기게 괴롭히고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한다고 하더군요. 남학생들은 지도를 해보면 화끈한 면이 있어서 쉽게 지도가 잘 되고 모든 문제를 어렵지 않게 잘 풀어나가지만 여학생의 경우 어떤 문제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이 들면 그것을 가슴속에 파묻어 두고 끝까지 괴롭힌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는 쉽게 상처를 잊어버리려고 애를 씁니다. 상처를 딛고 새롭게 출발합니다. 반면 어떤 이는 한 번 받은 상처를 가슴속에 끝까지 품고 지냅니다. 그러니 가슴속에 품은 상처는 점점 자랍니다. 그게 미움이 됩니다. 분노가 됩니다. 그것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것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나아가 그게 폭발합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줍니다. 시도 때도 없이 상처를 줍니다. 자기가 받은 것 몇 배 이상으로 상처를 줍니다. 그래도 미움이 사라지지 않고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아 어쩔 줄 모릅니다. 끝을 보려고 합니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입니다. 그러니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망가지게 됩니다.

미움과 분노의 표시도 다양합니다. 위의 운전기사처럼 질러가는 길이 있어도 상처를 준 집을 지나가기 싫어 둘러갑니다. 그 쪽 방향을 오줌도 안 누고 싶을 정도로 분에 차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누구 손해입니까? 자기 손해 아닙니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까? 가장 큰 손해를 입는 분이 자기 자신 아닙니까?

토니 선수가 아버지의 버림에 대한 상처로 인해 분노의 노예가 되어 있었습니다. 원망했습니다. 미워했습니다. 그러니 상대 선수마다 시합을 할 때 선수 대상자로 보이지 않고 적으로 보였습니다. 미움으로 보였습니다. 원망으로 보였습니다. 분노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승리했다고 해서 진정한 승리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겉으로는 승리자인지 몰라도 안으로는 실패자인 것입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크고 작은 어떤 상처라도 마음에 품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우쳐야 합니다. 마음에 품고 있는 상처는 하루 빨리 치유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독을 제거해야 합니다. 선생님은 상처를 안고 있는 학생들의 상담자가 되어야 합니다. 치유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이해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용서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에 미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야 마음에 분노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혀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자기의 행동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자신을 살릴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치유자이어야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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