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과 불합격의 눈물

2006.10.24 14:35:00

점심식사를 하고 들어오니 3학년 학생들이 교무실에 몇 명이 들어왔는데 갑자기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물어봤더니 지방대학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을 해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감격과 승리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순간을 보고 시험합격의 소식을 듣고 우는 영광의 눈물이야말로 정말 값있는 눈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눈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 않습니까? 멀리 헤어졌다가 다시 만날 때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 있고, 지난날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는 참회의 눈물이 있고, 분투노력 끝에 영광을 차지한 승리의 눈물이 있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괴로워하는 원한의 눈물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별의 눈물이 있고 상대방이 이해해 주지 못해 답답하거나 비전과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 흘리는 비통(悲痛)의 눈물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중 분투노력 끝에 영광을 차지한 승리의 눈물이야말로 더욱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더욱 값지지 않겠습니까? 아마 조금 전에 눈물을 흘린 학생은 아마 남모르게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쳤을 겁니다. 노력의 결과 주어진 최종합격의 소식을 들었으니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합격의 소식에 만족했을 겁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을 겁니다. 조마조마했을 겁니다. 합격소식이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을 겁니다. 노력의 댓가가 무엇인지 처음으로 맛보는 기쁨의 순간이었을 겁니다. 그러기에 승리의 눈물이 흘러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부끄러운 줄 모르고 멀리까지 들릴 정도로 소리 높여 눈물을 흘리며 우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면에 시험에 떨어져 좌절과 비통의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소리내지 못하며 눈물도 주르르 흘렸을 것입니다. 이들은 분명 평생 맛보지 못한 쓰라린 고통을 맛보았을 겁니다. 누구보다 더 마음이 착잡할 것입니다. 자신감도 떨어지고 의욕도 떨어질 것입니다. 자신이 이것밖에 되지 않나 싶어 씁쓸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것입니다. 밥맛이 뚝 떨어질 것입니다.

희비가 엇갈리는 학생들을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 모두를 격려하고 칭찬해주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합격한 학생들을 칭찬해주고 축복해주고 박수를 쳐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합격하지 못한 학생들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꾸중해서도 안 됩니다. 격려해야 합니다. 위로해야 합니다. 더 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합격한 학생들보다 배 이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더 사랑해야 합니다. 더 축복해줘야 합니다. 파이팅을 외쳐줘야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은 보나마나 집에 가면 기가 죽을 것 아닙니까? 부모로부터 위로는커녕, 격려는커녕 꾸중만 실컷 들을 것 아닙니까? 공부하라고 할 때 하지 않더니만 그렇지, 열심히 노력하라고 그토록 말했는데 오락하고, 놀러 다니고, 엉뚱한 짓 하니 그렇지 하면서 온갖 좋지 않은 말, 그 동안 쌓인 말을 다 털어놓을 것 아닙니까?

이렇게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학생들을 누가 일으켜 세우야 합니까? 누가 사기를 북돋우어 줘야 하겠습니까? 누가 위로해 줘야 하겠습니까? 누가 격려해 줘야 하겠습니까? 우리 선생님들이 그러해야 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이런 때에 격려자도 되어야 하고 위로자도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용기를 가집니다. 좌절하지 않습니다. 이를 악물게 됩니다. 더 분발하게 됩니다. 노력을 배가하게 될 것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머지않아 승리의 눈물,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날을 고대해야 합니다. 비통의 눈물 대신 승리의 눈물을 흘리는 날을 기다려야 합니다. 슬픔 대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날을 올 것을 확신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에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성공을 이룰 수 있습니다. 승리를 할 수 있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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