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야 산이 보인다

2006.10.28 19:32:00


청주시 동편에 위치한 우암산은 시민들의 쉼터이자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자연생태학습 공간이다. 충북교육과학연구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체험학습 활동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우암산 중턱에 우암골자연생태학습공원을 조성하고 일선 학교의 어린이들이 하루씩 직접 숲 속에서 공부하는 우암생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우암생태학교에 가는 날 산에서 공부를 한다는 말에 아이들은 더 신이 났다. 교육과학연구원에 도착해 수업을 담당할 숲해설사로부터 주의사항과 일정을 듣고 우암산으로 출발했다. 도로변에 심어져 있는 이팝나무와 채마밭에서 혼자 키를 키우고 있는 아주까리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했다.

화창한 날씨와 맑은 공기가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소풍을 나온 듯 흥얼흥얼 콧노래를 따라 부르는 아이들이 많다. 마음이 수시로 변하는 게 아이들인지라 오르막길이 나타나자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힘이 든다고 엄살을 부린다. 아무 것도 못 들은 척 참을성을 가르치는 담임의 마음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무너져 내려 지금은 일부만 남아 있는 우암산의 산성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이들이 지루해 하기 전에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면서 나무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했다. 잎이 여린 봄에 쌈을 싸서 먹으면 맛이 있다는 생강나무 잎을 직접 따서 냄새도 맡아봤다.

다시 힘을 내서 산을 오르다보니 이마에서 땀이 날만큼 날씨가 덥다. 목이 마르다고 물 타령을 하던 아이들이 산중턱에서 샘터를 만났다. 가뭄이 심한 날씨 탓에 인공으로 조성된 샘터의 물줄기가 한참을 기다려야 물 한 모금 마실 만큼 가느다라니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아이들은 저절로 배운다. 송전탑 주변에 꽃을 피운 야생화를 관찰하다 파란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을 바라보는 여유도 누렸다.

이날 우리 반 아이들은 숲 속에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야외학습장에서 새소리, 풀벌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우암산의 생태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숨쉬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공부했다. 돌이나 통나무로 만든 장승과 나무로 만든 새를 장대 위에 세운 솟대를 보며 장승과 솟대를 세운 까닭과 조상들의 토속신앙도 공부했다. 들꽃학습장에서 우암산에서 자라고 있는 들꽃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아보고 양달과 응달에서 자라는 식물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했다. 나이테관찰장에서 나무의 나이를 아는 방법과 나무는 1년마다 옅은 색 고리와 짙은 색 고리 한 쌍으로 나이테를 만든다는 것을 공부했다.

호기심이 많아서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을 좋아한다. 길가의 나뭇가지에 붉은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있고, 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날 교실을 떠나 야외학습장에서 공부한 하루를 우리 반 아이들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산에 가야 산이 보이고 들에 가야 곡식이 누렇게 익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게 많으면 무엇 할까? 좋은 프로그램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여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런 일을 하는 교육기관이 늘어나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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