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가 무섭습니다

2006.10.30 13:48:00

얼마전 S중학교에서는 두발지도를 하던 중 체벌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학교장과 몇 차례나 머리를 깎고 오겠다고 한 학생들이 여러 차례 약속을 어기며 계속 버티다가 급기야는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 날 오후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하여 자초지종을 듣고 자식교육 잘못 시켰다고, 선생님의 지도를 받다가 불손하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고 얼마나 정중하게 말씀하던지요. '정말 훌륭한 학부모로구나!' 생각했습니다. 학교도 체벌까지 이르른데 대하여 교감이 사과하고 교장도 머리 숙여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퇴근 후, 사건이 엉뚱하게 전개되었습니다. 담임에게 '가만히 있지 않겠다' '인터넷이 올리고 경찰에 고발하고 교육청에 찾아가고 언론기관에 제보하고...' 여하튼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일방적인 통보가 왔습니다.

다음 날, 오후 학교에 찾아 온 학부모는 학습권 박탈을 운운하며 "학교에서 어떻게 하겠냐?"고 협박을 가합니다. 학교장은 담임, 학생부장, 교감, 교장이 해당 학생을 위로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합니다. 지도과정에서 체벌을 가한 학교는 졸지에 죄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도 교감과 교장은 재차 사과를 했지요.

그러나 학부모는 이에 만족할 수 없는지 대화를 거부하고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합니다. 당일 저녁 교감과 교장은 학부모의 "청와대까지 알리겠다"는 협박을 당하면서 황당한 제의를 받습니다. "교감 선생님, 내일까지 끌지 말고 오늘밤 해결을 보자"는 말.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되물으니 "500만원에 해결하자"는군요.

세상이 이렇게 막가는 길로 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식이 다니는 학교를 걸고 넘어가 교감과 교장에게 돈을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학생 지도과정에서 손찌검을 한 것을 빌미로 한 번 챙겨보겠다는 의미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습니다.

그 이후 학교는 학부모가 제보한 언론기관의 공세에 시달립니다. 모 방송국 사회부 기자는 교감으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들은 후 취재를 포기합니다. 기사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나 봅니다. 학생 인권을 주장하는 인터넷 뉴스는 직접 취재를 하는데 학생들 주장을 그대로 보도합니다. 학교가 학생지도에 있어 처한 어려움은 아예 외면합니다. 편향적인 보도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봅니다.

학부모는 그것도 성이 안 차는지 지방신문사를 찾아다니며 보도를 요청합니다. 신문사 속성 상, 학생편과 학부모 입장을 대변하다 보니 학교가 일방적으로 몰립니다. 학교가 잘 했다는 것, 아닙니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 반성하고 더 좋은 길을 모색하자는 것이지요.

학생 생활지도. 담임과 학생부장의 한계를 벗어난지 오래되었습니다. 교감과 교장이 어리석게(?) 나서다가 사건화 되었습니다. 교장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여러 차례 두발지도를 거부하는 학생들. 과연 그대로 내버려 두어야 할까요? 두발지도를 하는 교감과 교장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까요? 그냥 모르는 척하고 내버려 두어야 할까요?

학교장의 교육방침은 확고합니다. 생활지도를 강화하여 원칙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학교운영위원과 일반 학부모들도 학교장의 방침을 신뢰하고 지지를 보냅니다. 자기 자식이지만 지금과 같은 머리 모양은 그대로 보고 둘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머리뿐 아니라 행동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강력히 지도해 달라고 건의를 합니다.

인터넷 뉴스에 오르고 지방신문에 보도되어 학교 망신은 하였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가 학교의 실상을 알리고 학생지도의 어려움 때문에 교육이 설 자리가 없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학생들에게 교사의 지도가 얼마나 먹혀들어가지 않나를 학부모도 제대로 알았으면 합니다.

이제 법에서 인정한 '학교에서 교육적인, 최소한의, 불가피한 경우의 체벌'도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교사의 체벌이 일부 순수하지 못한 학부모에게는 돈으로 환산되어 교사를 옭죄는, 악용의 단서가 되고 있는 우리의 슬픈 교육현실입니다.

그렇다고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방관할 수는 없습니다. 교감과 교장마저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이 어지러운 교육현실을 타개해 나갈 솔로몬의 지혜가 아쉬운 순간입니다.

"애들아, 내일까지 머리깎고 와야지! 교장 선생님과의 약속 지켜야지?"

학교장은 더부룩하게 거지머리를 한 학생이 또 약속을 어길 줄 알지만 내일은 깎고 올 것을 믿어봅니다. 인내하면서 지도를 하다보면 통할 날도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교육은 인내(忍耐)인가 봅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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