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끈기입니다

2006.11.02 09:39:00


이제 가을다운 가을인 것 같습니다. 더위는 없습니다. 이른 아침은 초겨울을 연상케 합니다. 하늘을 보니 구름도 없고 맑은 하루가 전개될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가을을 놓치지 마시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합니다.

학생들은 가르치는 일은 물론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든지 책을 보는 일이든지 명상을 하는 일이든지 체력을 단련하는 일이든지 자연을 즐기는 일이든지 현재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유익된 일들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저녁 식사시간이 되면 어둡습니다. 저녁식사 후 그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 속에서 운동장 트랙을 도는 학생들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잔디에 앉아 여유를 가지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삼삼오오 가을을 이야기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젯밤 9시쯤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후라 1학년 전 담임선생님께서 피곤을 무릅쓰고 자진해서 야자감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이제 정신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1학년 초기보다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공부도 해야겠다는 의욕도 보입니다. 멀리 내다볼 줄 아는 것 같았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입니다. 계속해서 2,3학년 언니들을 닮아가도록 잘 지도를 했으면 합니다.

이제 2학년은 내일 모레면 곧 내가 3학년이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는 것 같습니다. 3학년 못지않게 분위기가 좋습니다. 완전 체제가 잡혔습니다.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야자 감독선생님 말고도 항상 2학년 부장선생님을 비롯하여 몇 분의 고정적인 헌신과 노력과 성실이 밑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3학년 교실을 둘러보니 불만 환하게 켜져 있지 학생들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입니다. 3학년 12반을 지나갔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맨 뒷자석에 앉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잠시 교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습니다. 찍은 사진은 한 학생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너희들의 공부하는 모습이다고 하면서요. 골마루와 계단에는 5,6명이 나와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들은 열심히 공부합니다. 즐겁게 공부합니다. 빡빡하게 공부합니다. 3학년 9반의 교훈 ‘열공, 즐공, 빡공, 성공’처럼 열심히, 즐겁게, 빡빡하게 공부를 하니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끈기뿐입니다. 끈기로 잘 참아 내었으면 합니다.

오늘 아침 교문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게시판에 세워져 있는 ‘수능시험일 14일 전’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그 동안 정말 끈기 있게 잘 참아왔습니다. 지난 3년간을 끈기 있게 달려왔습니다. 마라톤과 같은 긴 코스를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목표지점이 보입니다. 지금이 가장 피곤할 때입니다. 가장 지칠 때입니다. 가장 힘들 때입니다.

그런데도 피곤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쳐 보이지 않았습니다. 힘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표정이 밝아 보였습니다. 각오가 비장함을 보게 됩니다. 그들의 진지함을 보게 됩니다. 침묵 속에 이루어지는 공부는 더욱 속도를 더하게 됨을 보게 됩니다. 이들이 이렇게 피곤을 잊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담임선생님의 함께 함이 큰 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담임선생님과 함께 뛰면 힘이 덜 듭니다. 더 오랜 시간 지탱할 수 있습니다. 끝까지 뛸 수 있습니다.

마음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면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봐야죠. 선생님께서 곁에서 힘을 실어주시는데 내가 좌절할 수 있나? 낙심할 수 있나? 넘어질 수 있나? 포기할 수 있나? 의욕을 상실할 수 있나? 그렇게 할 수 없다 하면서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수능 14일 앞둔 3학년 학생들은 찾아오는 피곤을 끈기로 이겨내십시오. 돋보이는 끈기로 마지막 목표지점까지 달려가야죠. 목표에 도달한 후에 웃을 웃음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목표를 도달한 후에 그 동안 흘린 땀을 닦으면서 즐거워 할 날을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교육은 끈기입니다. 지속적인 끈기, 눈부신 끈기, 대단한 끈기로 수능을 기다려야죠. 끈기로 피곤을 이겨내고, 끈기로 불안을 이겨내고, 끈기로 체력이 밑바닥이 된 자신을 이겨내야 합니다. 끈기로 열심히 공부하고, 끈기로 즐겁게 공부하고, 끈기로 빡빡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공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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