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인 학교 비판 삼가야

2006.11.23 14:35:00

언제부턴지 학교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생님들, 그리고 학교의 교육 방식, 심지어 선생님과 제자들의 관계도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오늘날 민주 사회에서는 권력에 있는 사람도 잘못했다면 뭇매를 맞는다. 따라서 학교가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비판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

하지만, 최근 학교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학교의 모습을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들은 적당히 신문 지상에 나와 있는 문제점을 가지고 이야깃거리를 삼으면 남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며칠 전 어느 대학 총장이 학교에서의 두발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 분은 학교의 두발 규정은 과거 권위주의의 소산이고, 인권 탄압의 실례라며 언성을 높였다.

과연 그럴까. 모든 사회 조직은 그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다. 회사는 회사대로, 군대는 군대대로, 또 대학과 고등학교, 초등학교의 문화가 다른 것이다. 여기서 대학 문화만 좋고, 고등학교 문화만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고등학교의 두발 규정도 학교의 구성원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동의해서 지키고 있는 전통이고 문화이다. 전체 구성원의 생각은 살피지도 않고 일부의 푸념만 듣고, 일반화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다.

실제로 그들의 논리대로 머리를 길러야 한다면, 반대로 짧게 하면 왜 안 된다는 것인지도 설명해야 한다. 학교는 머리 길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있는 학교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짧게 한다고 해서 인권을 탄압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총장님은 학교 운동장 가운데 있는 조회대를 일제 때부터 보아오던 사열대라고 언급했다. 일제 강점 시대 군국주의의 대표적인 상징인 사열대 같은 교단 때문에 학교에서 체벌 행위 같은 권위주의적 발상이 사라지려면 요원하겠다는 걱정을 하셨다.

사실 필자가 견문이 넓지 못해서 교단이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학교의 조회대는 이러한 기능과 전혀 관련이 없다. 지금 교단은 어쩌다 하는 학교 행사 때 교장 선생님이 이곳에서 학생들을 칭찬하고 격려의 말씀을 해주시는 곳이다. 교단이 운동장보다 조금 높은 것은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교생이 보이기 쉽도록 한 것이다.

지금 학교의 교단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운동장은 모래가 날리니, 교단에서 여자 아이들이 줄넘기를 많이 한다. 총장님은 지붕이 있는 교단은 더욱 위압적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이 지붕이 있어 아이들은 이곳을 더 좋아한다. 여름에 교단의 지붕이 만드는 그늘에 아이들은 모두 이곳에서 아예 드러누워 휴식을 취한다. 체육 시간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면, 이곳에서 비를 피하기 때문에 지붕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지금 교육의 위기는 선생님도 학생도 아니다. 그렇다고 학교는 더욱 아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제도가 잘못된 것이다. 정제되지 않은 정책이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학교 비판에 열을 올리는 사회 풍조 등이 복합적으로 양산해 낸 것이다.

최근 학교 문제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학교의 실체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그야말로 비전문가들이다. 그들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부정적인 학교의 모습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결국은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들의 잘못된 진단은 선량한 국민들에게 학교가 비리의 온상인 느낌만 갖게 한다.

이제 제발 지성인답게 제도와 정책의 비판을 통해서 학교의 올바른 문화 건설을 역설해야 한다. 학교 문화를 바르게 보고 신중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곳이다. 아직도 학교는 아름다운 문화가 많이 존재한다. 그들이 격려해주고 다독여 주면 우리는 학교에서 미래 선진국의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윤재열 초지고 수석교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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