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사랑을 하는데…

2006.11.05 18:44:00


산속의 나무들도 사랑을 한다는 것 아십니까? 뿌리를 달리했지만 두 나무가 맞닿은 채 오랫동안 자라다보면 서로 합쳐져 하나의 나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이 연리인데 나뭇가지가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합니다.

가까이 심어져있는 두 나무의 줄기나 가지가 차츰 굵어지면 맞닿게 됩니다. 그러다 맞닿은 부분의 껍질이 벗겨지면 맨살끼리 만납니다. 사랑의 스킨십인 이 부분이 사실은 생물학적인 결합의 시작입니다.

한 그루밖에 살 수 없는 공간에 두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두 나무 중 한 그루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쪽이 병들어 죽기 전에 서로 한 몸이 되어 혼자였을 때보다 훨씬 더 거대한 나무로 자랍니다. 어쩌면 그렇게 되기 전에 나무 스스로 공생의 길을 찾는 것입니다.

이렇게 합쳐진 나무들은 합쳐지기 전의 성격과 기질을 고스란히 간직합니다. 흰 꽃을 피웠던 가지에서는 흰 꽃이, 붉은 꽃을 피웠던 가지에서는 붉은 꽃을 피운 채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며 조화롭게 살아갑니다.

농촌이 고향인 사람들은 고욤나무에 감나무 접붙이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바로 그런 원리에 의해 두 나무의 세포가 이어지는데 연리는 적어도 10여년이 되어야 두 몸이 한 몸이 되어 양분과 수분을 주고받을 수 있답니다.

줄기가 붙은 연리목은 흔히 볼 수 있지만 가지가 붙은 연리지는 매우 귀합니다. 가지는 다른 나무와 맞닿을 기회가 적고, 혹 맞닿게 되더라도 바람에 흔들려 두 가지가 붙어있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가 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읊은 ‘장한가’나 후한서 ‘채옹전’에도 연리지가 나옵니다. 그래서 남녀사이나 부부간의 애틋한 사랑, 또는 지극한 효성을 말할 때 연리지에 비유하며 ‘사랑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이런 사랑나무가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 있습니다. 수령이 1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연리지는 높이 15m, 둘레 160㎝의 붉은 소나무로 땅 위 4m 높이의 굵은 가지 하나가 남녀가 손을 맞잡듯 서로 끌어당기고 있어 볼수록 신비롭습니다. 나무도 이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스스로 사랑을 실천한다는 사실이 연리지 앞에 선 사람들에게 자연의 신비를 가르쳐줍니다.

유명 관광지인 화양동에서 선유동 가는 길가에 있어 찾기도 쉽습니다. 연리지 앞에서 연인의 손을 잡은 채 사랑을 속삭여도 될 만큼 조용합니다. 연리지를 배경으로 연인과 포옹을 한 채 사진을 촬영해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남녀간의 사랑도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하듯, 송면의 ‘연리지’도 늘 푸른 모습으로 사시사철 색다른 맛을 냅니다.

아무리 급변하는 사회라 해도 인간의 도리마저 바꿀 수는 없습니다. 지금 현재 어수선한 게 많은 우리 교육도 언젠가는 가정과 학교가, 학생과 교사와 학부형이 손을 잡고 마음껏 정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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