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고 있는 충북 청원군에 있는 문의초등학교는 문의문화재단지, 작은 용굴, 양성산, 현암사, 대청댐 등 부근에 문화재와 볼거리가 많고,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도 가깝다. 더구나 내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이할 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다.
지구상의 사물들은 순환을 거듭하고 있을 뿐 영원한 것은 없다. 더구나 문명의 발달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 세상이다. 그래서 100년이라는 시간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작든 크든, 시골이나 도회지나, 역사가 오래되었건 신설학교건 가을날 학교의 풍경은 대부분 비슷하다. 운동장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이 너무 멋지다. 풍덩 빠져도 될만큼 푸르러 마음을 빼앗긴다.
한무리의 아이들이 회전그네에 매달려 '하하호호' 신이난다. 귀염둥이 유치원 아이들도 미끄럼틀에어 놀이에 열중이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즐거운 일이 많아 가을 하늘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게 해야 한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아직 농촌에는 순수가 남아있다. 인심이 야박하지도 않다. 학교 안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들이 붉은 감을 주렁주렁 매단 채 홍시를 만들며 가을을 더 풍요롭게 한다. 노란 은행나무들이 학교를 금빛으로 물들이며 가을을 더 아름답게 한다. 욕심 많은 세상이라지만 아무도 탐내지 않으면 이렇게 세상을 살맛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게 농촌 학교 가을 풍경의 백미다.
학교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왁자지껄하며 떠드는 소리나 웃음소리가 들려야 한다. 낙엽이 지는 늦가을의 풍경이 그러하듯 아이들이 없는 운동장은 쓸쓸하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물건들마저 가엽게 보인다. 주인공이 없는데 왜 아니 그렇겠는가?
하지만 기다리면 된다는 것을 안다. 내일 아침이면 주인공들이 하나, 둘 나타나 학교를 활기차게 하면서 백 년, 천 년 전통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