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는 학생에게도 꿈은 자란다

2006.11.07 16:10:00

학부모님 여러분, 지금 학교에서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생각들 하시겠지요. 물론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상당수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수십 건씩 문자를 날리고 있거나 아니면 첫 시간부터 계속 눈이 빨개지도록 잠만 자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설마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실 겁니다.

지금 인문계 고등학교 교실은 대학을 향해 잠시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졸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 교사들은 아이들 잠 깨우고 수업분위기 조성하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선생님의 강의 내용에 정신을 집중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생들은 왜 학교에 나온다는 자각도 없이 학습의욕도 상실한 채 교과서는 꺼내놓지도 않고 잠을 자거나 휴대폰 메시지를 보내거나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시끄러운 음악에 몰입해 있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그럼 교사는 뭐하는 건가, 학생들을 이끌어 수업을 하도록 지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항의를 하시거나 교사의 업무태만을 나무라시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교사가 태만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우리 교육의 구조적인 모순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시험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힌트를 주어도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만큼 상당수의 아이들은 이미 학습에 흥미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그저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학교에서 짠 스케줄에 따라 맹목적으로 휩쓸려 간다고나 할까요. 좋은 대학에 대한 막연한 선망이야 가지고 있겠지만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요청되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 만큼 학습의욕에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들의 관심과 흥미는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운동장에 가서 공차고 싶고 친구와 어울려 놀러 다니고 싶고 PC방에 가서 게임하고 싶은 것인지 모릅니다. 하다못해 주유소에라도 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기본적인 욕구조차도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빽빽하게 짜여진 학교의 시간표에 따라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공부만 하게 되어 있으니 정신을 집중하여 공부한다는 것이 고역일 수밖에 없고 처음부터 무리인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엔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일류대학에 갈수 있는 학생들은 제한적일 것이고 전국의 그런 학생들끼리 경쟁을 벌인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어떤 때는 잠자고 있는 학생들을 망연히 바라보며 내가 어떤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너무 내용이 어려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닌가 하여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해보지만 아이들의 무관심이 극에 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어떤 해법이 있을까 생각도 해보지만 저 거대한 교육의 물줄기를 어떻게 해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어쩌면 교사의 수업도 귀찮은 잔소리거나 잠을 불러오는 자장가로 들리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You may take a horse to the water, but you cannot make him drink. (말을 물가로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는 서양의 속담도 있지만 잠만 자는 학생, 교과서도 꺼내놓지 않고 떠들기만 하는 학생에게 차분하게 공부에 열중하게 할 수 있는 비법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그 학생들의 수업 방해로 교사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수업외적인 불필요한 것에 소모하고 있습니다. 조용히 해라, 떠들지 말라, 여기 봐라, 칠판 주목! 등등 쓸데없는 말을 수업 중에 수도 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잠버릇과 수업 중 장난치는 것은 이미 습관화 되어 있는 듯도 합니다. 장난하기 좋은 아이들끼리 옆에 붙어 앉아 시너지효과까지 발휘하며 수업을 수업분위기를 흐리는 것입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습니다. 능력별로 반편성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 항상 손해를 보는 쪽은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들입니다. 수업분위기를 해치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의 언성이 높아지고 그들에게 수업에 임할 것을 권고하면서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집중도를 떨어트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요새가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때라 더 그런가 하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 되면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학습의욕을 되찾고 스스로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여 공부에 매진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또 그들이 잠자고 떠드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저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항상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대학뿐 만이 아니라, 취직도 그렇고 결혼의 문제, 군 입대의 문제 등 순차적으로 해야 할 많은 과제 앞에 그들이 짊어진 짐이 얼마나 무거울까 동정의 마음이 앞서기도 합니다.

잠을 자고 떠들면서도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는 마음속으로는 다 대처하고 있기도 할 것입니다. 일류대학을 외치고 만날 공부만을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진 어른들의 잘못된 행태일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시책과 자녀들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는 별개로 그들의 소담스러운 꿈은 기성세대 몰래 그들 마음속에서 알알이 영글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잠자는 학생 떠드는 학생들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고 목표가 있기도 할 것입니다.

공부와 대학만을 강조하는 교사가 시시해보이고 귀찮고 뭘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들을 나무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궁리해보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학교가 활기에 넘쳐 풍성하게 꿈이 영글어가는 교육현장이 되려면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하는지 이리저리 궁리해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들이 잠만큼은 충분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의 잘못된 시책으로 그 아름다운 청춘을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잠하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계절이 점점 깊은 가을로 들어서는 요즈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의욕적으로 꿈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면서도 잠만 자고 떠들기만 하는 저 학생들에게도 소담스러운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문제는 바로, 잘못된 교육 시스템, 맹목적인 학벌 지상주의일 것입니다. 그 잘못된 교육관행에 아마 그들은 가장 정당하고 온건한 방법으로 저항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최일화 시인/2011.8 인천남동고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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