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소중한 곳입니다

2006.11.21 08:54:00

오늘도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고 교무실은 조용합니다. 한두 분의 선생님께서 자기 일에 몰두하고 계십니다. 저는 저녁식사 후 운동장 트랙을 돌까 글을 읽을까 망설이다가 '직장은 소중한 곳입니다.'라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서두에 이런 이야기 나옵니다.

“저는 아침 새벽에 출근해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아침에 일어나도 갈 곳이 없다는 게 얼마나 참담한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잘 모를걸요.” 미국에서 10여 년간 유학하고 돌아와서도 직장을 갖지 못한 분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말미에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이 지겹다고 하는 사람.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착취만 한다고 불평하는 사람. 일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도 휴일은 철저히 챙기는 사람. 이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사람은 상사라고 생각하는 사람.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늘 걱정하면서도 회사를 위해서는 조금도 희생을 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할 수만 있다면 1년 정도 휴직하고 직장이라는 온실을 벗어나 찬바람 부는 황량한 들판에서 혼자의 힘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쓴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서 요즘은 정말 직장 구하기가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이 배웠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리고 직장에 몸담고 있다는 자체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특히 저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참 소중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제 치른 초등임용고사에 서울에만 해도 1,100여명의 학생들이 떨어진다고 하니 얼마나 경쟁이 치열합니까?

학교는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곳이니까 좋습니다. 부담을 갖지 않으니 좋습니다. 책상 들어낼까봐 걱정이 없어 좋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을 매일 만나 뵐 수 있으니까 좋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학생들 속에서 생활할 수 있으니까 참 좋습니다. 중간에 잘릴까봐 염려가 없으니 좋습니다.
밖에만 나가면 수십 년 동안 자란 다양한 나무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태산목도 있습니다. 소나무도 있습니다. 벚나무도 있습니다. 단풍나무도 있습니다. 히말리야시다도 있습니다. 목련나무도 있습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어느 직장에 이런 많은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까? 그리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봄이면 벚꽃도 있습니다. 목련꽃도 있습니다. 개나리꽃도 있습니다. 등나무꽃도 있습니다. 태산목 꽃도 있습니다. 장미꽃도 있습니다. 국화도 있습니다. 배추꽃도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꽃도 있습니다. 일년초의 꽃도 있습니다.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리 좋은 직장이 어디 있습니까?

눈만 돌리면 운동장이 보입니다. 푸른 잔디도 보입니다. 폭신폭신한 트랙도 보입니다. 운동하는 주민들도 보입니다. 어르신들도 보입니다. 중년들도 보입니다. 젊은이들도 보입니다. 어린 애들도 보입니다. 학교에만 오면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무엇보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꿈을 보면서 함께 꿈을 키울 수가 있으니까 참 좋습니다. 함께 웃음을 나눌 수 있으니까 참 좋습니다. 선생님들과 자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대립이 없어 좋습니다. 갈등이 없어 좋습니다. 경쟁이 없어 좋습니다. 서로 이해해 주니 좋습니다. 서로 허물을 덮어주니 좋습니다. 조금 짜증낼 일이 있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그러니 학교라는 곳은 참 좋습니다.

선생님들 중에 혹시라도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것이 지겹다고 하시는 선생님이 계십니까? 혹시라도 대기업의 다니시는 분을 비교하면서 월급이 많니 적니 하고 투덜거리며 불평하시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일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자기일 적당히 하시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사람이 우리 교장, 교감이라고 혹시 생각하시는 선생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이런 선생님들이 혹 계시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시간 아깝다고 하시지 말고 시간을 잘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월급이 많니 적니 하지 말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지족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월급 적게 준다고 직장 그만 두면 그 때부터 불행이 따릅니다. 만족할 만한 직장이 그리 흔하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유학 갔다 오고 실력 있는 사람도 직장을 못 구해 안달을 내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은 월급이 적어 평생 어렵고 힘들게 살지만 그래도 배우는 제자가 있기에 보람이 있습니다. 가르치는 보람으로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때가 되면 적절히 대우해 줄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러하지 못할지라도 불평, 불만은 하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혹시 학교의 일이 많다고 하시는 선생님 계시지 않습니까? 학교의 일은 회사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친구들로부터,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습니까? 현재 주어진 일에 대해 일이 많니 적니 불평하면서 자기일 하지 않으면 어디가도 일 못해 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또 혹시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사람이 함께 몸담고 있는 우리 교장, 교감이라고 생각하시는 선생님이 계십니까? 저는 절대 그러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월이 지나 몇 학교만 거쳐 가면 옛날 생각이 절로 날 것입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실감날 것입니다.

학교생활을 만족하면서 생활하셔야 합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생활하셔야 합니다. 학교생활이 즐거워야 합니다. 학교에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학교는 참 좋은 곳입니다. 학교는 정말 소중한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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