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잠자는 곳'이라니 말이나 되나?

2006.11.22 16:09:00


우리학교 단풍이 절정기에 이른 느낌입니다. 들어오는 교문 양쪽에는 벚꽃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들어가니 너무 보기 좋습니다. 단풍 나뭇잎 노랗게 물든 모습도 참 좋습니다. 얼마 전 동사무소에서 심어준 보랏빛 배추꽃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래서 점심식사를 하고 들어오면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어젯밤 뉴스시간에 학생들 인터뷰하는 내용을 듣고 기가 막혔습니다. 한 학생은 ‘학원은 공부하는 곳, 학교는 잠자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학원에서는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자는 곳이라고 하니 말이나 됩니까? 학원에서 다 배웠으니 학교에서 다시 배운다는 자체가 흥미가 없어 잠이나 보충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보통 걱정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말하고 이렇게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학생이 있다는 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극소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한 학생은 학원에서 숙제를 내어주면 학교에 와서 수업시간에 학원 숙제한다고 하니 무엇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숙제 내어준 것을 학원에서 모르는 것을 학원 선생님에게 물어서라도 숙제를 한다면 이해가 되지만 학원 숙제를 학교에서 하다니 말이나 됩니까?

이렇게 거꾸로 하는 학생치고 성적 좋은 학생 보았습니까? 이런 학생치고 수업태도 좋은 학생 보았습니까? 이런 학생치고 학교생활 제대로 하는 학생 보았습니까? 이런 학생치고 대학 좋은 데 가는 것 보았습니까? 그런 학생들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이 성적이 좋습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착실히 잘 듣는 학생이 대체로 공부 잘 합니다. 수업시간 착실히 잘 듣고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학교생활에도 모범을 보입니다. 시험도 잘 치고 대학도 좋은 데 갑니다. 그걸 눈으로 보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비뚤어진 생각으로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답답합니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학교교육에 충실해야 합니다. 학교수업에 충실해야 합니다. 학교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학원수업을 학교수업보다 더 나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어제 오후 모임이 있어 학원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에 갔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십 명씩 여러 줄로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줄을 서 있느냐 어디 갔다 오느냐, 무엇을 배우고 오느냐고요. 한 줄은 학교과목을 죽 열거하더군요. 또 한 줄은 다른 특기적성에 관한 것이더군요.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니 학원차에 많은 초등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 과열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어디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가서 여러 과목을 배우는 게 학교교육을 믿지 못해 그러합니까? 아닙니다. 부모님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 아닙니까? 좀 더 배우게 하려고, 뒤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똑똑한 자녀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중학교도 마찬가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공교육이 무너지느니 사교육이 판을 친다고 하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사교육의 선생님들은 실력 있고 잘 하는 것처럼, 검증된 공교육의 선생님은 실력 없고 무능한 선생님으로 매도하는 듯한 뉴스를 보면서 인상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원으로 몰려가는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는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선생님대로 왜 학생들이 학교를 외면하고 학원으로 몰려가는지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한 소홀로 인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에 대해 학생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도움을 주지 못하기에 그런 현상이 일어남을 알고 자기 과목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더욱 성실한 노력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학원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학원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학생들이 학원에 오면 어느 선생님은 어떻고, 또 어떤 선생님은 어떻고 하면서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다고 합니다. 예사로이 듣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학생들이 학교를 외면하고 학원으로 몰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학부모님과 학생들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부모님의 교육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초등학생부터 무엇 때문에 학원에 가서 학교에서 배워도 충분한 교과과목을 배우게 합니까? 중학생, 고등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공부를 충실히 하지 않으면 수업결손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것이 누적되면 학력저하로 나타나는 걸 모르십니까? 학교에서 성적이 올라가지 않으니 몸부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렇게 계속 되면 진짜 공교육이 무너집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학교공부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학교교육에 충실해야 합니다. 수업시간 자지 말고 엉뚱한 짓을 하지 말고 수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초가 세워지고 기본이 섭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그것 보충하기 위해 학원에 가는 것은 몰라도 학원교육이 만능인 양 생각하고 학원교육을 학교교육보다 우위에 두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학원교육은 학교교육의 보충역할을 해야지 주역할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학교도 살고 학원도 삽니다. 그래야 선생님들도 살고, 학부모님도 살고, 학생도 삽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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