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적응입니다

2006.11.24 09:52:00


오늘 아침은 어제 비가 온 관계로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비록 구름이 끼여 푸른 하늘은 볼 수 없지만 공기는 맑고 좋습니다. 그러니 상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도 상쾌한 하루, 유쾌한 하루, 통쾌한 하루 등 ‘쾌’자가 들어가는 하루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며칠 전 ‘환경에 적응하는 습관을 가지라’라는 글을 읽으면서 눈에 띄는 글자가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다음 아닌 ‘적응’이란 낱말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문화를 만나게 됩니다. 다른 환경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10년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삶의 손해를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 후회해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늦게나마 깨닫게 되어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이제는 제가 살고 있는 울산에서 교직을 마감해야 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스스로 낙오자가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크고 작은 환경으로 인한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가장 큰 환경의 변화는 경남인 마산을 근거지로 생활해 오다가 인사발령에 따라 울산으로 오게 된 이후입니다. 울산 오고 나서부터 적응하기가 아주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낯섭니다. 쾌적한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생활도 적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정든 고향을 떠나고 부모를 떠나고 형제를 떠나고 친구를 떠나 산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찾아오는 건 고독과 외로움과 고통이었습니다. 울산에 온 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완전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새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자기 손해 아닙니까? 적응하지 못해 잃은 것이 참 많습니다.

광역시 승격으로 다시 경남으로 갈 수 없는데도 정든 곳이 좋다고 하면서 자꾸만 미련을 두고 다시 경남으로 넘어가려고만 하였지 적응하려고 몸부림치지 않았으니 얼마나 미련합니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10년이 되어도 적응 못하는 사람이 어디 저 말고 또 누가 있겠습니까? 혹시라도 저같이 미련을 떨고 있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적응의 실패는 누구보다 오직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환경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울산이라는 곳이 공기가 좋지 않다는 생각, 물이 좋지 않다는 생각, 소속된 구성원들에 대한 불신, 울산출신들의 응집력, 타향인을 포용하지 않는 배타적 마음, 소속된 구성원에서 기존 환경을 무너뜨리려는 진보적 생각들이 눈에 보이고 활개를 치고 있으니 적응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누구 손해입니까? 자기 손해 아닙니까? 자신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맙니다. 닫혀있는 마음을 열지 못하니 마음속에는 응어리만 생깁니다. 남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남을 미워하게 됩니다. 남을 원망하게 됩니다. 남을 불평하게 됩니다.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고 스스로 담을 쌓습니다.

그렇다고 얻는 게 무엇입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성격만 거칠어집니다. 언어만 폭력적이게 됩니다. 분노만 쌓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돌출행동이 나옵니다. 돌출발언이 나옵니다. 언행이 거칠어집니다. 얼굴이 굳어집니다. 결국은 자기는 패배자가 됩니다. 뒤처지게 됩니다. 멀어지게 됩니다. 고립자가 됩니다. 피해의식만 커갑니다.

적응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과거를 잊는 것도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자기불행에 빠지고 맙니다. 과거에 살던 곳이 좋니, 과거의 삶의 방식이 좋니 하면서 현재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자기 손해입니다. 남는 것은 자기 발전이 아니라 자기 후퇴뿐입니다. 후회뿐입니다. 눈물뿐입니다. 한탄뿐입니다. 되돌아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적응해야 할 것 아닙니까?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자기도 모르게 반항아가 됩니다. 비뚤어진 행동을 하게 됩니다.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행동이 거칠어집니다. 행동이 난폭해집니다. 앞뒤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런 학생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적응교육에 대한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육은 적응입니다. 교육은 적응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탁월한 적응력을 갖게 해주는 것입니다. 어떤 환경도 탓하지 않고 적응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신뢰를 쌓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믿음을 형성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위대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야 인정받는 사람이 됩니다. 그래야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래야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후회 없는 삶이 됩니다. 적응력이 탁월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적응을 잘해야 맡은 일을 잠잠히 할 수 있습니다. 적응을 잘해야 공부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적응하지 못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바른 생활과 바른 습관을 가르치면서 선생님은 자기도 모르게 모순되는 행동을 하면 학생들은 불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학생들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알아주는 대중매체, 학교 밖의 학원문화와 학생들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학교문화와의 괴리 속에서 갈등하며 학교생활에 불만을 느끼며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적응을 잘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행하는 것이 일치해야 할 것입니다. 일관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부적응 학생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 학생들의 마음을 기가 막히도록 잘 알아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요구를 잘 알아야 합니다. 그들이 바라는 바가 옳은 것이라면 그들의 바라는 바를 들어주는 쪽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회에 나가서도 적응을 잘할 것입니다. 그래야 환경이 바뀌어도 잘 적응해 나갈 것입니다. 그래야 적응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은 적응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