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들 오늘 무엇을 합니까?”

2006.11.25 22:53:00

“선생님, 저희들 오늘 무엇을 합니까?”

기말고사를 끝낸 고3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교무실 담임선생님을 찾아와 제일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면 담임선생님은 그 아이의 질문에 난감해 한다. 아마도 그건 기말고사 기간 중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시험이 끝난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내세울만한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인지 모른다.

무엇보다 기말고사를 끝낸 고3 아이들의 연일 계속되는 수업파행이 1 ․ 2학년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더군다나 오전수업만 마치고 귀가하는 고3 아이들의 교외 생활지도를 그대로 방치해 둘 수밖에 없어 부모님들의 걱정은 더 크기만 하다.

각급 학교마다 계획을 세워 학사 운영을 하고 있으나 이것 또한 아이들의 등교시간이 일정하지가 않아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정해진 수업일수 때문에 그렇다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 나오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교의 경우, 대부분 아이들의 진학이 결정되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를 해도 뚜렷하게 할 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아이들 또한 불만을 토로해 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따르는 눈치이다.

책가방도 없이 학교에 등교하여 교실에 모여앉아 떠드는 여학생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시간을 때우는 남학생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도 무리인 듯싶다.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학교에서 정한 프로그램 운영에 따라는 가지만 못마땅한 눈치이다.

고3 아이들의 이와 같은 행동에 가장 영향을 받는 아이들이 현재 재학 중인 1 ․ 2학년 학생들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좋았던 자율학습 분위기가 수능 이후에는 무언가에 의해 들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하물며 불 꺼진 고3 교실을 넋 놓고 바라보는 아이들마저 생겨난 것 같다. 그리고 일찍 귀가하는 선배들이 부러운 듯 한 동안 시선을 교문 쪽으로 두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의 마음이 더 이상 헤이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선생님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1 ․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고3 선배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보는 것도 좋다고 본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선배들의 성공담과 학습방법, 수시모집 지원 시 유의사항 등을 후배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조금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따라서 고3 담임들은 아이들을 교실에 그대로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바쁜 입시지도로 미루어 왔던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능동적으로보다 수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해줄 것을 바라지 말고 학교 자체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분명하게 제시해 주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을 그냥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능 이후, 이와 같은 수업파장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이 없이 과거를 답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이들 또한 이와 같은 현실에 분개를 할 것이다. 내년에는 무언가 달라지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 온 지가 몇 해가 지났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은 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무작정 손을 놓고 있으면 결국 피해를 입는 대상은 학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수업 파행이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서는 사회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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