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매점에서 컵라면을 팔지 말자

2006.11.28 20:03:00


어제 7교시째인 오후 4시 10분부터 학생회 간부 및 각반 반장, 부반장 51명과 학생부장, 담당선생님이 참석한 가운데 음악실에서 학생회 회의를 열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 회의를 할 시간이 잘 없습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빡빡한 일정이 짜여 있어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학교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학생회를 개최합니다. 어제도 CA시간을 이용해서 학생회를 연 것입니다.

이 학생회를 통해서 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저는 회의 결과를 언제나 꼼꼼히 챙겨 봅니다. 특히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예사로이 보지 않습니다. 그들의 건의사항을 보고서 들어줄 만한 것은 즉각 들어주도록 합니다. 아니다 싶은 것은 각 부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이해를 시키기도 합니다.

어제 회의 결과를 보고서 마음에 기쁨이 생깁니다. 왜냐하면 학교 매점에서 컵라면을 팔지 말자는 안이 채택되어 결의되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장 선생님께서 평소에 컵라면의 유해성에 대한 것을 알고 학생들에게 학교 매점에서 컵라면을 팔지 않도록 부장회의 때 건의해 왔습니다만 학생들이 학생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의하도록 미뤄왔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컵라면을 먹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학생들의 반발과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환경부장 선생님께서는 학생회의에 참가해서 학교 매점에서 컵라면을 팔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는 안을 제안하고 그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컵라면을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 즉 컵라면의 유해성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컵라면은 영양 불균형을 가져오고, 미네랄을 녹여 뼈를 약하게 만들고, 비만을 부르고,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을 설명하고 환경호르몬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합니다. 용기의 문제와 환경호르몬은 기름에 쉽게 녹아나오는데 라면은 면자체를 기름에 튀긴 음식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환경호르몬이 녹아나올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학생회 간부들은 진지한 토론을 거쳐 표결결과 51명 중 29 대 15(기권5명)로 컵라면을 학교매점에서 팔지 않도록 결정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학생들의 건강도 지킬 수 있겠구나, 학교 안팎이 깨끗해지겠구나, 학교식당에서 식사를 제대로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저와 동감이었고 역시 기쁘게 여겼습니다.

저도 평소에 컵라면을 학교 매점에서 팔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제로 밀어붙이지는 안 했습니다. 학생들의 자발성과 주도성을 갖고 스스로 하는 것이 제일 좋기 때문입니다. 컵라면은 알다시피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쾌적한 환경조성에도 큰 장애물이 되어 왔습니다. 학생들이 컵라면을 교실에까지 가져와서 먹고 나서는 화장실에 그대로 버리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골마루에 화단에도 마구 버립니다. 냄새도 나고 지저분하고 파리가 끓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정말 집에서 식사를 하지 못해 학교를 왔다면 학교에서 빵과 우유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건강에 좋지 않은 컵라면만 고집해야 합니까? 컵라면의 편리함 때문에, 컵라면이 밥맛없을 때는 제격이라고 하는 생각으로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집에서는 아침식사를 못했을 경우 대신 영양가 있는 과일이나 각종 대체음식으로 준비해서 보내 주어야 합니다. 학교에 와서 자율학습시간에 어머니께서 장만해주신 과일로 각종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학교 매점에서도 학생들에게 컵라면을 대신할 대체음식을 생각해서 준비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학교 매점에서는 아예 컵라면을 팔지도 않고 컵라면을 먹지 않는 풍토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도 지킬 수 있고 학교 환경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학교식당에서 식사하는 좋은 습관도 기를 수 있습니다. 냄새 없고 파리 끓지 않는 깨끗한 학교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 학생도 학생회에서 스스로 결정한 것을 반대하거나 불만이나 불평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다른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학교매점에서 팔지 않는다고 밖에 나가서 사가지고 들어오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선생님들도 이번 학생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하루 빨리 학교에서 학생들이 컵라면을 먹는 일이 없도록 지도해야 할 것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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