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남매의 가장을 도와주세요!

2006.11.30 08:55:00

우리 학교에는 한 가정에서 4남매가 다니고 있습니다. 1,2,4,6학년에 재학하고 있는데 한결같이 밝고 명랑한 아이들이랍니다. 우리 반에 다니는 아이는 `김미심`이라는 귀여운 아이인데, 처음 학급을 맡았을 때 제일 먼저 이름을 외운 아이이기도 합니다. 8살밖에 안된 1학년 아이였지만 의젓하게 일을 도우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모습에 감동했지요.

1학년 아이들 20명이 공부를 하고 간 교실 청소는 늘 담임인 내 몫이었기 때문에 온통 어질러 놓고 간 교실은 날마다 대청소를 하고 청소기를 대서 먼지를 흡입시키지 않으면 실내 공기가 혼탁했습니다. 아이들의 책상과 의자를 다 옮기면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기까지 대고 나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게다가 칠판을 물걸레로 닦아 분필가루가 교실에 날리지 않게 정리하는 일을 날마다 반복할 때, 선생님을 돕겠다며 자청하는 아이가 바로 우리 미심이었습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킬 수도 없고 청소를 도운다고 찾아오는 2명의 4학년 아이들이 3일에 한번 정도 쓰레기통을 비워주는 심부름만 해줘도 고마울 정도입니다.

날마다 교실 청소를 마치고 나서 후줄근하게 땀에 젖어 쉬고 있으면 우리 미심이는 한 동네에 사는 선영이와 함께 나를 도와준다며 자료바구니를 정리해 주곤 했습니다. 이름이 미심이니 (美心) 마음이 아름다워서 이름 값을 한다고 칭찬을 해주곤 했던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 미심이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긴 것입니다. 아직도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1학년 아이답게 내놓고 아버지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말수가 줄어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인 김일남씨가 최근에 간암 판정을 받아서 큰 수술을 해야할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강진신문 11월 8일자 : 8 남매 가장을 살려 주세요)부족한 살림으로 8남매를 책임지며 택시 운전을 해온 가장으로서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 앞에 망연했을 그 심정. 수술비와 치료비 감당은 물론이며 가족의 생계마저 막연한 현실 앞에서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할 지.....

3월초에 가정방문을 가서 미심이네 가족이 사는 모습을 잠시 볼 수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8남매가 사는 집은 형편이 넉넉해 보이진 않았지만, 택시 기사 일을 하는 아버지 김일남씨(52세)와 자활후견기관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하는 어머니 곽성복씨(46세), 76세의 할머니까지 오붓하게 살며 화목한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장성한 오빠는 대학생도 있고 중,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건강한 몸이 보배여서 참 열심히 사는 가족의 모습은 여러 차례 공중파를 타기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어머니인 곽성복씨의 자녀교육관이 투철함에 감동했습니다. 자식은 하늘이 주는 것이니 한 생명도 거절하거나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명에 대한 철저한 외경심으로 그들 부부에게 주어진 생명을 모두 낳아 기르면서도 열심히 일하며 가족사랑의 모범을 보여온 것입니다. 그런 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받아서인지 자녀들도 공부도 잘 하고 활달하며 열심히 산다고 합니다. 자녀 교육과 양육이 힘들어서 자식을 포기하거나 거절하는 세태에 비추어 볼 때, 8남매를 둔 그분들의 삶은 결코 평범한 모습은 아닙니다.

매달 국가에서 지급되는 생계보조금 80여만원과 어머니가 간병인 활동으로 벌어오는 60여만원으로 11명의 대가족이 생활하며 자녀교육까지 감당하면서 질병을 치료할 여력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막대한 수술비와 치료비 앞에 망연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가장의 무거운 굴레 앞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김일남씨와 8남매를 위하여 강진군민들도 마음을 보태고 있습니다.

강진교육청 산하의 모든 학교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성금 모금에 나서서 고사리손들이 날마다 성금을 보태고 있으니, 마음과 정성이 하늘에 통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서서 8남매를 낳아 자녀 부족에 시달리는 이 나라의 애국자인 김일남씨가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막내인 우리 반 미심이가 아버지의 품에서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도 날마다 자기 용돈을 들고 오기도 하고 부모님이 보낸 성금을 자랑하느라 숙제 검사 시간마다 시끌벅적하답니다. 한번 내는 것도 부족해서 며칠 째 저금통을 열어서 동전을 가져오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바로 천사들이랍니다.

한 사람의 소원과 기도가 아니라 모두 함께 염원하고 바라는 아름다운 이 일이 8남매 가족이 세상의 따뜻함 속에서 예전의 웃음을 되찾아 다시금 행복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다음 글은 마량초등학교에 다니는 8남매 가족인 6학년 김형미 양이 문예반 시간에 가족사랑을 주제로 쓴 글입니다. 6학년 소녀의 눈에 비친 가족 사랑을 생각하며 이 땅의 어버이들과 자녀들이 함께 따뜻한 세상을, 그 눈에 눈물을 함께 닦아 주실 손길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마량초등학교 6학년 김형미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라. 아침에 일어나서 안녕히주무셨어요? 잘 잤니? 이런 사소한 말들은 누구 못지않게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합니다` 라는 다섯 글자 밖에 되지않는 이 단어는 꺼내기가 쉽지않다. 이 단어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내주위에는 무수히 많이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말은 내가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다.

며칠 전 생각지도 못했던 큰일이 터져 버렸다. 몸이 안 좋다 하시는 아버지께 어머니께서는 병원에서 검사 한번 받아 보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그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꾸 단청을 피우셨지만 어머니께서 `요새 당신처럼 몸이 안좋은데 병원 안 가도 된다고 고집이라는 고집은 다부리며 아직도 병원 안 갔는데 그게 진짜 병 나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 제발 말 좀들어요. 이게 다 당신을 위해서에요.`라고 똑 소리나게 말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아버지는 `알았어. 내가 졌다` 라며 장난 섞인 말을 꺼내시고는 일을 하시러 갔다.

마침 우리들도 학교 갈 준비를 마친 터이라 아버지와 같이 나섰다. 학교가 끝난 후엔 서둘러 집에 왔다.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돌아오셨다. 기쁜 마음에 소리까지 지르며 달려갔다. 그런데 전 같았으면 웃으시며 공부 열심히 하고 있었냐며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러 부엌에 들어가셨을 텐데 오늘은 부모님의 표정이 예전과는 달랐다. 무슨일이라도 난듯 어두운표정을 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낮선 모습이 두렵기 부터 하였다. 정말 무슨일이 터진것만 같았다. 오빠 언니도 다 오고 동생들과 할머니까지 다 모이고 나니 아버지께서 말씀을 하셨다.

`오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말끝을 흐리시는 아버지를 보니 이젠 정말 무슨일이 있는것이라고 느꼈다. `간암 판정 받았단다.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셔서 .. ` 내가 생각해도 아버지께서 술을 너무 과하게 마시는듯 하였지만 그게 간암까지 갈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우리힘으로는 그저 열심히 금연이라고 써서 담배를 끊게 해드린 것뿐이었다. 난 아직 어려서 암이라고 해서 몇달 밖에 살지 못하는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렇게 심한건 아니라고 하셔서 마음이 놓였다. 울음이 쏟아 져 내릴것만 같았지만 참고 참고 또 참았다. 갑자기 아버지께 짜증내고 화냈던게 정말 죄스러웠다. 그땐 왜그랬을까. 아버지께 얼마나 상처가 됬을까 하는 생각밖에 들지않았다.

아버지는 며칠후 큰병원에서 항암 치료라는 시술을 받으셨고 뼈가 녹아 내리는 듯한 고통을 겪었다.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아버지가 전보다 많이 좋아지셨다고 어머니께서는 하셨지만 아버지의 얼굴을 보니 그고통을 내가 대신 받을수만 있다면 받고싶다는 생각을 할정도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어머니께서도 힘들어보였다. 병원에서 아버지 뒷처리 해주랴, 집에 와서 우리 보랴, 그러는사이에 주름이 20개쯤 더 늘었던 것 같았다.그런데도 엄마는 한번도 우리앞에서 우신 적이 없다. 항상 웃으면서 힘든척 하지 않으셨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나도 아무리 힘들어도 꾹꾹 참아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시 의료원에 입원 하셨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동안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해서 많이 보고 싶어졌다. 12년동안 아버지 얼굴이 닳고 닳도록 봐왔지만 오늘은 정말 보고 싶었다. 그래서 병문안을 갔는데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았다. 철없는 동생들은 지금까지 병문안 오신 사람들이 아버지 드시라고 사온 음료수나 과자를 마음껏 먹으면서 자기가 그린 그림이나 편지를 보여주며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며칠 동안 못본 아버지 얼굴을 오늘 봤는데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하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까?하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가만히 아버지 얼굴을 쳐다 보았다. 그렇게 가만히 쳐다보니 그동안 힘들어도 꾹꾹 참았던 울음이 오늘 다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와 가족들을 생각하며 울지않고 병원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이 나에게 위로라도 해주듯 윙윙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소리를 들으니 안 울려고 참고 참았지만 그만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계속 울었다. 정말 이대로 아버지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지 못 하시면 어쩔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족은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도 하였다.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이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하였다. 병원으로 들어가서 아버지께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불행과 행복을 번갈아 가면서 겪는 것 같다.
우리에겐 지금까지 불행만 가득했으니 이제는 행복이 올차례이다.
그 행복이 아버지의 건강을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고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하느님 ..저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아빠 없으면 저도 못 살 것 같아요.
열심히 교회다니고 전보다 착한 일도 더 많이 하고요.
아빠께 사랑한다는 말도 해야 되는데....아직 할 것 많은데.....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저희 아빠좀 살려주세요. 하느님 ......하느님....하느님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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