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이 이래서는 안 된다

2006.12.17 08:40:00

동아일보 주말 판에 실린 「교단괴담…‘학생 무섬증’」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동아일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 705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에게 심한 욕설을 듣거나 지나친 반항을 겪은 일이 있는 교원이 응답자의 39.4%, 직접 폭행을 당한 교원이 1.3%, 동료교원이 학생에게 폭행당하거나 욕설 듣는 것을 봤다는 교원이 62.3%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여러 가지 소개되었다. 잘못을 나무라면 면전에서 교사의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고, 뒤에서 학생들이 옷에 침을 뱉고, ‘입 닥쳐’라고 말하며 반항하고, 먼 산을 바라보며 무시하고, 소리 나지 않게 입 모양으로 욕을 한다.

교사의 임무 중 인성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울 만큼 교육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언어폭력이 초등학교에까지 일상화 되고,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젊은 교원이 욕설을 듣거나 반항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는데, 20대 교원은 100%ㆍ30대 교원은 99.1%가 앞으로 교권이 더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데 관심을 둬야 한다. 의욕이 넘치는 젊은 교원일수록 아이들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하고, 학교나 사회에서는 학생과 마찰을 일으킨 교사만 죄인 취급을 하니 당연한 결과다.

학생의 자율성이 교사의 가르치는 권리 위에 있으니 못 본 체 넘어가는 게 편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누가 잘못을 저지른 아이의 인성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서겠는가?

더 이상의 교권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행정 당국이 나서야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만큼이라도 정책적으로 교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학생이든, 교원이든 잘못된 행동에는 반듯이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야 한다.

요즘 나도 교권을 지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점심을 먹으러 가다 담임의 등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아이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은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잘못을 지적했다.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고만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여러 명 보고 있었는데도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라 일을 키우고 있는 아이가 미웠다. 평소 그 아이가 담임을 대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알고 있기에 따끔하게 혼내줘야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참아야 한다.’를 되뇌었다. 담임이 아닌 교사의 가르침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작금의 현실이 참는 게, 모르는 게, 보지 않는 게 약인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설문조사에 나타났듯 흥행을 앞세우는 무분별한 청소년 영화나 드라마, 학부모의 과잉보호,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또 ‘열린 교육’이 강조하는 자유를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방임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사회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이렇게 된 잘못이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학교를 폄훼하던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의 잘못이냐,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학교의 책임이냐, 내 자식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잘못된 인식이냐’를 이제 따지지 말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늦었지만 '교권이 이래서는 안 된다. 이 상태에서 무엇을 제대로 하느냐. 이러다가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는 자성의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오니 다행이다.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는데 힘 빼지 말고 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교육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자.

교원들을 위한 교권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선량한 대대수의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한 교권, 즉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만큼이라도 교사들에게 교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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