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에 보도된 KDI 분석 결과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사람을 믿습니까?’라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 조사결과 스웨덴(6.63점), 일본(4.31점), 미국(3.63점)에 비해 우리나라(2.73점)의 신뢰도 수치가 훨씬 낮게 나왔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가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조사에서 법원이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22.9%에 불과했으며, 경찰 및 국가기관에 대해선 단 10.1%만이 공정하다고 응답할 만큼 공적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 것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러 가지 사회적인 요건이 ‘나 아니면 아무도 못 믿는 불신사회’를 만들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불신하면서 같이 힘들어하는 세상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정말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지위를 악용하고, 돈을 잘못 쓰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만들어 논 잘못된 세상에 빨려 들어가 같이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다. 더구나 내 잘못은 없다고, 나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니 힘이 들고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인들을 지그시 누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장사를 하든, 직장에 다니든 요즘 같은 불경기가 없다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번 연말은 각종 매스컴에서 유난히 훈훈한 이야기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더라도 같이 나누면 행복하다는 것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아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불우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후원금과 생필품을 놓고 가는 익명의 독지가나 남모르게 온정을 전하는 선행들이 추위를 녹이고 있다. 그들의 선행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실천하는 방법도 신중해 천사가 따로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러하기에 대기업에서 몇 백억씩 내는 이웃돕기 성금보다 소중하게 여겨진다.
사경을 헤매는 백혈병 환자의 수술비를 도와주고,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유명 메이커 신발을 선물하고, 종이가방에 차곡차곡 1년 동안 모은 돈을 담아 기부하고, 자선냄비에 돌 반지를 넣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 이웃에 살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행복이 주어진 것이다.
익명의 독지가들이 했다는 말 ‘좋은 일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여유가 좀 있어서 도와주고 있는 것일 뿐 다른 이유가 없다.’와 나눔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탤런트 정애리씨의 얘기 ‘작은 행동이 그들에게는 전부일수 있거든요. 손을 내밀면 세상이 따뜻해질 거예요.’를 되새겨보자.
이렇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왜 우리 사회가 ‘나 아니면 아무도 못 믿는 불신사회’가 되었을까? 혹 불신의 벽이 빈부격차, 지위고하 , 남녀노소간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면 독지가들이 선행을 베푸는 마음으로 훌훌 털어버리자. 그래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할 수 있다.
정해년 새해에는 교육계에 존재하는 불신의 벽들을 모두 허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