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해맞이 여행기

2007.01.04 08:48:00


우리나라 사람처럼 해맞이 여행에 열광적인 나라도 드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올해의 해맞이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해맞이 행사가 다양하다는 호미곶으로 정했다.
초임지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으로 방학이면 가끔 여행을 떠나는 4촌 처남 내외와 오후2시에 충주를 출발하여 연풍 IC로 접어들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내달렸다.
지난밤 안산에서 장인어른 기제(忌祭)에 참석하고 내려오는 길에 영동고속도로에 서있다 시피 하는 차량행렬에 질려서 국도로 우회하여 내려온 터라 내륙고속도로는 너무한가한 느낌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도 여행만 떠나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새로움을 경험하는 여행의 참맛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차량이 증가하여 4차선도로도 정체현상이 나타났다. 대구입구엔 고속도로가 많이 연결되어서인지 항상 정체현상이 심하였다. 칠곡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유명한 상주 곶감을 사먹으며 자녀 이야기, 직장이야기, 친구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포항방면 고속도로를 타고 왼편으로 팔공산을 바라보며 지난해 올랐던 갓바위 이야기도 하며 포항에 도착할 즈음 어둠이 까려오기 시작하였다.

포철이 있는 공업도시를 빠져나가 호미곶으로 가는 해안도로를 들어서니 왼편으로는 하얗게 부서지는 저녁파도소리가 들려오고 굴곡이 심힌 도로에는 해맞이 차량행렬이 서다가다를 몇 차례 하더니 아예 주차장이 된 것이다. 이 많은 차들이 주차할 곳은 있는 것인지? 잠은 어디에서 자야하는 것인지? 저녁에 회 맛은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둠속에서 삼보일배(三步一拜)보다도 느린 행렬이라 아예 차에서 내려서 걸어서 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해병대 복장을 한 교통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들어간 곳은 경지정리를 한 논이었다. 주차를 하고나니 시장기가 돌았다. 행사장 근처를 들어서니 포장마차 음식점이 즐비하고 간이음식점도 많았으나 선 듯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민박이라고 쓴 글씨를 보고 가격을 물어보니 방 하나에 20만원이라고 한다. 행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횟집이라는 네온간판이 보여서 가보니 앉을자리가 없다. 손님들은 밀려오는데 미쳐 음식을 내오지 못하며 감당을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언제나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자리가 하나났다. 자리를 잡기는 했으나 주문이 많이 밀려서 기다리고 있는데 젊잖게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을 알고 여자분 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진풍경이 나타나자 우선 반찬부터 나오고 한참 후에 회가 나와 바닷가에 오면 충청도 사람들이 무조건 먹어야하는 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행사장으로 들어가니 대형무대에서는 공연과 장기 자랑을 하고 있었으며 밤하늘엔 수많은 연들이 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웠으며 색달라 보였다. 곱게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행사장 주변에 특산품판매장이 눈에 띄어 들어 가보니 사람에 밀려서 상품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고 다양한 상품을 고르는 관광객 사이를 빠져 다니며 눈에 띄는 몇 가지를 골라 샀다. 과메기 축제가 인근 구룡포에서 있다는데 이곳에도 과메기를 시식하고 판매하는 임시 매장들이 많았다.

드디어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뀌는 자정이 되어 호미곶의 밤하늘을 곱게 수놓은 불꽃놀이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제야의 종을 타종하는 순간 형형색색 다양한 불꽃의 하모니와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새해의 기쁨과 감동을 맛보았다.
“새해엔 우리가정에 건강과 화목으로 밝은 정해년이 되길……”
마음속으로 소망을 빌고 저녁을 먹었던 식당을 다시 찾아갔다.
손님이 다행이 없어서 아침을 시켜 먹겠다고 한 다음 한쪽구석에서 새우잠을 청하였다. 피로해서인지 담요 한 장 없이 옷 입은 채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다. 새벽손님들이 슬과 음식을 먹으며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깬 것이다. 조금 더 자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5시가 되어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세면을 한 다음 아침을 먹고 해맞이 공원으로 나섰다. 골목골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미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해맞이 행사장에서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관광객에게 나누어줄 떡국을 끓이는 분들은 밤을 새운 듯 했다. 행사무대 옆에는 고기모양의 탑에 과메기를 매달아 특산물을 홍보하는 이색적인 탑이 인상적이었다. 수평선에는 구름이 끼여 있어서 과연 해를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행사장과 바다에 사람의 손모양의 조형물이 호미곶을 상징하는데 바닷가 쪽으로는 아직 해뜰 시간이 한시간반이 남았는데도 들어설 틈이 없었다. 행사장 무대에서 4가지불이 성화대를 향했고 잠시 후 성화로에 화합의 불로 점화되는 순간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북도지사가 선포한 경북방문의 해 선포식에 이어 연꽃 모양에서 나온 경북의 마스코트가 나누어주는 복주머니를 받으려고 아우성이었다.

포항시장의 환영메시지, 경북지사의 신년메시지에이어 도의회의장, 포항시의회의장의 환영메시지를 들은 다음 무대에서는 선구자, 희망의 나라로가 성악가에 의해 울려 퍼졌고 국악과 아름다운 부채춤공연 등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이미 일출시각은 지났으나 해는 보이지 않았고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어오더니 구름사이로 붉고 둥근 정해년 새해가 솟아오르자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고 소원을 비는 모습, 아름다운 일출을 디카에 담는 모습, 다양하게 해돋이를 하는데 둥근 해는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 버렸다.

8시부터 포철에서 제작 기증한 대형 가마솥에서 끓인 떡국을 나누어 주는 쪽으로 인파가 몰려가는데 우리일행도 그 속에 끼여 있으니 그냥 밀려서 1회용 그릇에 담은 떡국을 받아들고 맛있게 먹었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진 바닷가로 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과메기 탑에 장식한 과메기를 떼어 던져주고 있는데 짚으로 엮은 과메기 한 줄을 받으려는 인파의 아우성을 보니 생존경쟁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이곳까지 왔으니 등대박물관을 보고가자는 말에 바닷가 쪽으로 갔는데 9시에 개관을 한다기에 주변경관을 구경하다가 9시에 등대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다시 광장으로 오니 황금돼지해를 상징하는 저금통을 나누어주는 행렬이 길게 늘어섰는데 안받아 갈 수 없다는 일념으로 가랑비를 맞으며 30여분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돼지 저금통을 받아들고 주차장으로 올라오니 차가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차안에 앉아서 부족한 잠을 청하여 두 시간을 기다려도 차는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라디오를 들으니 호미곶에 모인 인파가 38만 명이라고 하니 차량도 어림잡아 1만여 대는 되었을 것이다. 좁은 도로를 그 많은 차가 빠져나가자니 12시가 넘어서 우회도로를 따라 구룡포 방면으로 돌아 올라왔다.  새해를 잠도 못자고 차량행렬에 밀려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한반도에서 세 곳에 서만 정해년 새해일출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올 한해는 좋은 일이 많이 있겠다는 기대감을 안고 피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아늑하고 포근함을 안겨주는 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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