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연수기 (2)

2007.01.12 09:12:00

베트남 호치민 도시를 둘러볼 때 마치 일본에 온 것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점이 눈에 많이 띄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좁은 도로-아무리 넓은 곳도 4차선이고 대부분 2차선-에 비해 인도가 아주 넓었다. 한국보다 차도는 훨씬 좁은데 인도는 오히려 넓었다. 인도가 우리나라의 1.5배 정도로 넓었다. 일본도 비슷했다. 일본도 차도에 비해 인도를 넓게 해 걸어 다니거나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우리 같으면 차가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도로를 넓히고 인도를 좁게 할 것인데 우리와 달리 베트남과 일본은 인도를 넓게 하는 데 대한 생각이 동일함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아마 차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앞서가는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특히 베트남 사람과 일본 사람들은 체구면에서 너무나 닮았다. 얼굴 생김은 분명 다른데 몸집이 작고, 키가 작으며 생김생김이 뛰어나지 못한 것까지 빼어 닮았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거기 비하면 한국 사람들은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듯싶다. 그들에 비하면 덩치도 크고 잘 생겼으며 키도 훤칠하다. 베트남 여인들의 표현에 의하면 한국남자들은 '미남'이고 한국여자들은 '미인'이라고 한다. 이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고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러움에서 나온 참된 표현일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조상 섬김에 대해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대단했다. 어느 나라보다 앞서가는 게 있다면 아마 '묘지문화'일 것이다. 일본-일본은 매장문화가 아니고 화장문화인 점이 차이이긴 하지만-처럼 시내 한 복판에 그 복잡한 길가에 묘지를 화려하게 만들고 비석을 세워놓은 걸 보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베트남에는 산이 없어 그런지 들판에 군데군데 묘지와 비석을 볼 수 있었다. 특이한 것은 베트남 사람들의 묘지는 그들이 살고 있는 주택의 축소판이었다. 오히려 주택보다 더 화려하고 찬란했다. 멀리서 보면 꼭 난쟁이들이 사는 호화주택처럼 작고 아름다운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조금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거나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위치 좋은 곳을 선정하여 묘지를 만들어 놓고 있으니 이는 일본 사람들의 영향인가? 아니면 그 무슨 이유라도 있을까? 아무튼 조상 섬김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 같았고 대단한 것 같았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분명 땅은 넓은데도 도로는 좁고 주택은 낮고 좁게 짓는 것이 특징이었다. 단지 차이점은 일본은 지진이나 태풍을 피하기 위해 저층건물을 짓는다고 하지만 베트남은 지진도 태풍이 많은 나라도 아닌 것 같은데 그 넓은 땅에 건물을 좁게-건물의 폭은 약 4미터가 대부분이다- 지으니 그 무엇 때문인고?

아마 깊은 뜻이 있으리라. 한국 사람들은 그 좁은 국토인데도 집은 될 수 있으면 크고 넓게 지으려고 하지 않는가? 계속 그렇게 가면 나중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네들의 장기적인 안목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베트남은 지금 현재 분명 후진국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나라였고 머지않아 급속도로 성장할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나라였다. 혹자는 베트남 국민들은 '게으르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역동적이고 활동적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큰일을 할 수 있는 저력 있는 민족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일본 못지않은 자원이 풍부한 나라,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나라, 먹거리가 풍성한 나라...... 이들을 보고 우리나라 60-70년대 수준의 후진국이라고 말만 하고 뒷짐 지고 있다간 큰 코 다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들도 큰 코 다치기 전에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순발력을 발휘해야 될 것 같다.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처럼 낮잠만 자고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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