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연수기 (3)

2007.01.13 10:54:00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인을 좋아한다는 걸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도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베트남 사람들에게 호감이 갔다.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서로가 갖고 있는 공통된 분모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 보았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안내인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우리처럼 정이 많고 눈물이 많은 나라였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식민지 지배, 남북 분단, 전쟁 등-를 지닌 베트남 국민들은 남들에게 말 못할 한(恨)을 품고 살아왔을 것이며, 많은 세월을 눈물을 쏟으며 서로 위로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공항에 나와 있는 수많은 인파 -가족 마중객-들의 모습 모습들을 볼 때면 꼭 우리 선조들의 근심 어린 눈빛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 수심(愁心)이 가득 차 보였다.

한국인 안내인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 그 이유는 내용이 그들의 정서와 맞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유명 탤런트들을 아주 좋아하는데 탤런트 '장○○'이는 중학생도 다 알고 있다고 하였다. 어느 날 중학교를 방문했는데 그 때 안내인이 하교하는 많은 중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한국인 탤런트 '장○○'이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모두 다 안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고 했다.

또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잠시 쉬는 사이 그들의 텔레비젼을 쳐다보니까 주인이 한국 드라마 '○○○ 신부'를 틀어주었는데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느냐? 재미가 있느냐? 한국 탤런트들을 좋아하느냐?'...등을 안내인을 통해 물어보았다. 그러니 한국 드라마- 거기서 3개 방송 채널의 한국 드라마를 직접 보았음-가 재미가 있어 매일매일 보고 있다고 하며 한국 드라마와 한국 탤런트들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한국인처럼 거저 나눠주기를 좋아하며 많이 주는 것을 좋아하는 인심 많은 민족인 것 같았다. 식당에 갈 때마다 금액은 그렇게 비싸지 않는데도 어떻게나 많은 음식이 나오는지 모자라면 또 갖다 주고 또 갖다 주고. 야자수를 비롯한 각종 나무들이 너무 많아 주인이 없고 아무나 따서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나눠주고 가지는 게 몸에 배여 그렇나? 각종 열매 등 먹거리가 풍성해 그렇나? 비록 음식이 우리 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인정만큼이나 후하고 따뜻해 그런대로 배를 풍족하게 채울 수 있었고 식사시간마다 나름대로 그들의 풍성한 먹거리를 접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앞서 다녀온 일본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그릇도 작고, 음식도 작게 담고 풍성하지를 않다. 그렇다고 음식이 특별히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입에 맞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음식이 싼 것도 아니다. 얼마나 비싸나? 그 때 당시는 10배 가까이 음식이 비쌌다. 그러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게 없었다.

비록 못살고 가난한 나라인 베트남이지만 잘산다고 하는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일본에는 저가 묵은 호텔방 안에 텔레비전도 작고, 모든 것이 다 작다. 그들의 민족이 작은 민족이라 그렇나? 그릇대로 노는 것 같았다. 사람이 작으니 인정도 적고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랑도 메말라 있었다. 거기에다 그들에게서는  스쳐가는 것이라곤 겨울바람만큼이나 싸늘한 찬 기운밖에 느낄 수밖에 없었다. 대하는 사람마다 따뜻한 인간미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고 냉기만 그들의 눈가에 흐르고 있었다. 잘사는 나라 일본이지만 공원에는 거지의 안식처가 되어 버렸고 일본 특유의 거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들마다 정이 넘쳤다. 눈가에는 따뜻한 인정미가 철철 넘쳤다. 그들에게는 생동감이 넘쳤다. 정이 밖으로 흘러 넘쳤다. 입가에는 웃음이 항상 번졌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장례 행렬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일반 서민이 죽은 것 같았는데 우리나라 아주 유력한 사람들의 장례에서나 볼 수 있는 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베트남의 어느 섬에 갔더니 장사하는 분들 대부분이 관광객들에게 각종 열매에 대해 맛을 보도록 권했고, 시내 상점에 갔을 때도 필수적으로 내 놓는 게 원두커피, 녹차 등 차 종류의 서비스였다. 베트남은 분명 못사는 후진국인데도 그들은 인심이 후해 한국 국민들의 인심 닮았다 싶어 흐뭇했다. 그리고 일본 닮지 않았다 싶어 다행이었다. 만약 못살고 가난한 나라인데 마음까지 일본 닮았다면 어떻게 되겠나? 한국인의 아름다운 마음씨 닮아 다행스러웠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그들의 원두커피는 맛이 어찌나 좋은지 계속 생각나고 먹고 싶다. 원두커피의 맛이 바로 베트남 국민들의 인심(人心)이 아닐까 싶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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