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연수기 (4)

2007.01.15 08:48:00

추위를 유달리 많이 타고 겨울하면 또 어떻게 보내지 할 정도로 추위가 저에게는 매우 싫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겨울을 보내고 있었는데 더운 나라를 방문할 수 있게 되어 추위를 잘 보낼 수 있었다. 베트남이 그 겨울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가진 자들이 겨울을 따뜻하고 더운 나라를 방문해서 거기에서 월동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보다는 더운 여름보내기가 그래도 나은 저로서도 베트남 같은 곳에 겨울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에 떨다 따뜻함이 넘치는 계절을 맞이한 느낌이니 기쁨이 되었고 여행길마다 즐거움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구경하는 곳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오랜 시간 관광버스를 타야만 했다. 그런데 거기에는 어찌나 오트바이가 많은지 오트바이 세상이었다. 차는 저리 가라였다. 차가 가는데 오트바이가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트바이가 가는데 차가 방해가 되곤 하였다. 우리나라처럼 길가에 차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차가 귀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틈틈이 보이는 차들 가운데는 심심찮게 우리나라 차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베트남에는 70-80%의 차가 한국 차라고 하였다. 승용차, 버스, 택시 등 한국 차가 70-80%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차마다 신제품이 아니고 모두 중고차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폐기처분할 차들이 여기에서는 버젓이 길을 달리고 있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베트남 곳곳을 둘러보는 가운데 가장 눈에 많이 보이는 시외버스가 한국 버스였다. '○○백화점 ○○대리점'이란 버스가 보여 한국 백화점이 여기에도 있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중고차들이 들어왔는데 그 차의 글을 그대로 둔 채 차량번호만 바꿔 시외버스로 운행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차라고 하였다.

또 호치민시에서 국도를 따라 목적지에 갈 때까지 많은 한국의 차들을 보았다. 어떤 차는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내버스, 대우, 현대, 기아 할 것 없이 승용차, 택시, 시외버스 - 시내버스는 수많은 오토바이로 인해 다니지 않고 시외버스는 회사가 운영하지 않고 개인이 운영한다고 함 -가 보이는 것마다 한국의 차라 여기가 한국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의 중고차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데 그 이유는 값이 싸고 차의 성능이 좋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시외버스 손님들은 한국 시외버스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다. 다른 시외버스는 종종 고장이 잘나 아예 지나가도 타지 않고 한국 시외버스는 고장도 나지 않고 차도 좋기 때문에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국차를 수입해서는 한국의 글자들을 하나도 지우지 않고 차량번호만 베트남 식으로 바꿔 달고 다녔다. 안내인이 말하기를 어떤 차는 한국글자가 떨어져 새로 붙여놓았는데 글자를 거꾸로 붙여놓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고도 한다. 그들이 우리글을 모르니 거꾸로 달아놓아도 바른 것처럼 느낄 것 아니겠는가?

한편 우습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글을 접하면서 한국을 그리워했을 거란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들이 거꾸로 달린 한글이든 바로 달린 한글이든 관계없이 모양만 보고 한글임을 짐작했을 것이고 이 글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구입한 차라는 것을 알고 안심 놓고 더 많이 이용할 정도로 한국차는 베트남에서는 가장 인기가 좋았다.

공항에 내렸을 때 공항대기실에 서있는 택시는 모두가 기아의 프라이드였다. 그리고 소형차는 대우의 마티즈가 대부분이었다. 베트남과 한국은 차에 대해서만은 공생관계처럼 아주 밀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런 것들을 보아서 한국의 경제가 베트남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도 했다.

베트남에 미치는 경제는 이뿐만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호치민 시내를 지나가면서 간판을 유심히 보았더니 많은 곳에는 상점 하나 지나 '한국○○전자'가 보일 정도로 전자제품 가게가 많이 보였고 여러 업체의 간판이 보였다. 그리고 한국 이름으로 되어 있는 회사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많은 업체가 진출해 베트남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 다른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 등 여러 업체들의 간판들도 간혹 볼 수 있어 머지않아 베트남에는 분야마다 어느 나라보다 한국인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베트남은 '오토바이문화'인데 우리가 대부분 집집마다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집집마다 오토바이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오토바이는 대부분이 일본제였다. 중국산은 보이는데 왜 한국 오토바이가 한 대도 보이지 않을까 궁금해 하면서 한편 아쉬워하기도 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 오토바이인데 지금이라도 경쟁대열에 뛰어들어 우리의 오토바이가 우리의 차처럼 베트남 전역을 휩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기도 하였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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