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의 추억 (14)

2007.02.01 08:52:00

학생수련활동 중 이틀째가 되면 체력단련을 하는 시간이 있다. 점심식사 후 오후 반나절은 체력단련시간이다. 나로서는 꼭 함께 참여해야 할 좋은 건강 프로그램이지만 보통 때는 참여하지 못하고 하루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그 때 계속 그 시간을 내어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학생들 중에는 체력단련시간이 되면 흔쾌히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억지로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 중 약삭빠른 학생들은 이 핑계, 저 핑계로 빠지기도 한다. 특히 못된 애들 중에는 아예 담당 연구사님께 말씀을 드리지 않고 빠지는 학생들이 있다.

내가 체력단련에 참여하는 날 정만영 교육관님께서도 함께 참여하셨다. 학생 몇 명이 참여하지 않은 것을 보고 직접 그 애들을 데리고 함께 참여한 것이다. 모든 면에 모범을 보이시는 교학부장님! 이런 분이 계셨기에 한국 교육의 아름다운 모습이 계속 이어져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순례를 나서는 날이 99년 4월 22일이었는데 그 날은 제11기 학성여고 수련생 240명이 국토순례길에 오르는 날이었다. 운동장에서 국토순례 발대식을 마치고 연수원 정문을 나섰다. 연수원에서 출발해서 방어진으로 해서 섬끝마을을 우회 행군하는 코스였다. 거리는 약6㎞ 정도다. 슬도에 이르면 동해의 푸른 바다를 접하게 된다.

그 때 담당 연구사님께서는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출렁거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마이크를 들고 큰 소리로 멀리 바라다 보이는 대왕암을 가리키면서 말씀을 하시기 시작한다.

“신라 문무왕의 대왕암과 남해의 충무공 해전터를 바라보고 ‘나라사랑’의 호국정신을 새깁시다.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까지 호국 대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유언은 후세에 귀감이며, 왜적을 섬멸한 충무공의 애국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깁시다.
우리 고장 울산은 나라의 운명이 누란지위(累卵之危)에 봉착했을 때 선열들이 온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한 충절의 고장입니다. 삼국시대 이래 대륙 진출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던 일본이 침략하려던 반도의 관문에 위치하여 수없이 많은 침략과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반구대와 백운산 일대의 화랑 유적지와 망부석과 문무 대왕비 수중릉이 보여주듯 애국 충정심과 활기찬 기상이 넘치는 우리 고장의 선조들은 왜구의 침략에 맞서 그들의 야욕을 무위로 돌렸습니다. 특히 전대미문의 전란인 임진왜란 때에는 우리 고장 출신의 의병이 중심이 되어 일본의 주력 부대와 7년간 계속하여 대대적인 전투를 벌였던 곳입니다. 크나큰 인명과 재산의 피해 속에서 용감하게 싸워 일본의 세력을 동해 바닷가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하게 묶음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습니다.
민족혼과 애국정신이 깃든 유적지와 희생의 피가 묻은 산하를 걸으며 우리는 경건하게 옷깃을 여미자, 유유히 굽어치는 태화강은 그 날의 함성과 뜨거운 정열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련생 여러분들은 국토에 대한 애착심과 호국정신을 배양하고 심신을 단련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기 바랍니다. 국토 순례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자연과 대화하며 안전에 유의하기 바랍니다.”

그러고 나서는 바닷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돌아오게 된다. 돌아올 때는 지금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는 정건 교학실장님의 안내로 강인한 의지와 인내력을 배양하기 위해 평지를 선택하지 않고 가파른 오르막 산길을 향한다. 연세 많으신 교학실장님께서는 평소에 잘 단련된 체력을 밑바탕으로 해서 조금도 쉬지 않고 잘 이끌어 나가신다.

나는 학생들의 뒤에서 40년 교육 경륜의 정만영 교학부장님과 함께 산길을 오르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분의 교육철학과 인생경험을 배우게 된다. 그러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대화하는 가운데 두 명의 학생이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빠지는 것을 보고 그들을 합류시키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끄시고 함께 국토순례에 참여했다는 정부장님의 말씀에 나는 절로 감동하게 한 채 산길을 오른다.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힘든 오르막길이 있으면 쉬운 내리막길이 있으니 힘내라”고 하시는 말씀이 꼭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려왔다. 드디어 연수원 운동장에 모여 해단식을 하게 된다. 국토순례 해단식 때 정 교육관님께서는 수련생들에게 “수련생여러분! 만 보를 걸으면 백수(白壽)하는 데 여러분 모두 성공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삶에 있어서 성공적인 삶이 계속 이어지도록.....” 정부장님의 훈화말씀이 차랑차랑하게 들려온다. 아마 이 날의 훈화말씀이 학생들 모두에게 가슴에 깊이 박혀 건강관리를 하는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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