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分知足을 깨닫자

2007.02.03 08:13:00


  자기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은 자기의 분수를 바로 안다는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의 분수가 있다. 건강의 분수, 지식의 분수, 지위의 분수, 재복의 분수, 실력의 분수, 생활의 분수, 여가의 분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기의 분수를 알고, 분수를 지키고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자기의 분수를 망각한 행동이나 생활을 하면 반드시 파멸의 불행이 온다.

  5층 헬스장에 들어서니 카운터에 안면이 있는 회원이 컴퓨터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 주위에는 여러 명의 회원들이 둘러서서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아니 헬스장에 취직하셨습니까?"
  "아니오, 0관장이 사업실패로 그만두게 되었대요."
  "예? 아니 그만두다니요. 웬 일이래요. 아! 그~ 참"
  "그래서 회비가 입금이 되었는지 검색을 하고 있는 중이지요."

  순간 만감이 교차되었다.  내가 이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한지 거의 6년이 되었다. 처음에 헬스장에 들렸을 때 관장님은 총각으로 보기만 하여도 떡 벌어진 어깨에 당당한 체구로 운동을 많이 하고 운동과 함께 생활하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내외는 처음에 함께 헬스장을 다니기로 하고 회원으로 가입하여 운동을 하러 다녔다.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생활 하면서 여가 시간에 운동을 하려 하였으나 퇴근 후 시간에는 업무상 활동과 모임으로 자주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한 번 결석은 여러 날로 이어지게 되면서 오히려 심리적 부담감으로 더욱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자주 빠지게 되어 할 수 없이 새벽 시간으로 운동시간을 바꾸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 시간이 얼마나 바쁜지 운동을 하고 샤워한 후 아침을 먹고 직장에 출근하는 시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출근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새벽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소방차의 사이렌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 소리는 자꾸만 가까이 다가왔다. 헬스장을 관리하던 0관장이 4층 옥상으로 급히 나가는 것을 보았다. 운동을 하다가 말고 궁금해서 나도 급히 따라서 나가보니 바로 옆 건물에서 시커먼 검은 연기가 창문을 통해서 뭉실뭉실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화재가 난 것이다. 이 건물은 근래에 상가들이 입주를 하였다가 장사가 되지 않아 몇 군데에서만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롭게도 불이 난 곳은 헬스장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바라보고 있던 0관장은 혼잣말로 "그동안 속을 많이도 썩이더니 잘 되었구먼." 넋두리 하는 말을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지금 화재가 난 헬스장은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헬스장과 바로 이웃에 있는 헬스장이다. 그곳은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헬스비가 상대적으로 상당히 싼 값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아마 저비용으로 운영하는 헬스장이 상당히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회원 중에는 바로 옆 헬스장과 비교를 하여 너무 비싸다고 하는 회원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화재가 난 현장에서 넋두리하는 것을 듣고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이 큰 화재가 아니어서 헬스장만 태우고 진화가 되었다. 그 후 옆 건물은 건물전체를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밤에 외부인이 방화를 하였다는 일로 모든 입구는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더욱 많은 회원이 늘어나게 되자, 0관장님은 4층 옥상위에 건물을 증축하여 헬스장을 4층과 5층 전체를 헬스장과 골프연습장, 샤워장을 새로 시설을 개보수 하면서 헬스장은 멋지게 꾸며졌다. 헬스장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편의시설도 다른 어떤 곳보다도 멋지게 시설이 되었다. 새로 신형 헬스기구의 구입과 샤워장은 타일을 금으로 장식을 하고 습․건식 사우나장도 최신식으로 설치하였으며, 벽면에는 수정으로 한국화를 표현하여 아늑한 분위기가 용궁을 연상케 하였다. 골프 연습장도 여러 면을 편리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다른 골프연습장 보다도 멋지게 꾸몄다. 광고 전단지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몇 년 만 운영을 잘 하면 이 건물 전체를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지난 2월 달에 관장님이 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입소문으로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래도 워낙 헬스회원이 많고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도 잘 운영이 되는 것 같았기에 그냥 뜬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원들의 편의시설이 부실해 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회원들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제빙기가 보이지 않게 되고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온열풍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헬스장의 관리 보수시설이 예전 같지 않다는 회원들의 이야기가 근래 자주 입에 오르내리면서 갑자기 오늘 아침에 0관장이 헬스장을 그만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0관장님이 오랫동안 회원으로 헬스장에 다녔던 분들한테 영수증을 해주지 않고 헬스비만 받았기 때문에 영수증이 없는 사람들은 헬스장이 회사로 넘어가면서 인정을 해 주지 않을 것 같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회원들이 컴퓨터에 입력된 내역을 살펴보기 위해 모여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랐다. 그렇게 많은 회원들의 운영으로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헬스장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서 그만두게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안분지족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너무 무리하게 일을 떠벌려서 일어난 일이다. 영업이 잘 되니까 무리하게 투자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채무 이자가 싸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채무는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갑자기 옆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하였던 0관장의 말이 생각이 나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헬스장에서 열심히 젊음을 불사르고, 헬스장에 에어로빅 강사로 오신 분과 의기투합하여 결혼까지 하여 아기까지 헬스장에 대리고 와서 행복하게 알콩달콩 살던 모습이 그려진다.

  안분지족이 인생사에서 꼭 필요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분수를 지키고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가슴에 와 닿는다.
최수룡 수필가/한국초등수석교사회 고문/아이신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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