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평가, 고민스럽네요!

2007.02.05 14:19:00

올해부터 대입전형에 통합논술이 도입됨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이 무척 높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학생들이 수강하는 특기적성과목에 ‘신문을 활용한 통합논술’이라는 강좌를 개설했다. 학생들은 인터넷 수강신청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과 선생님을 선택하면 해당 강좌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합논술 지도교재나 교수방법이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은 탓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수강 신청을 했다. 필자도 처음 진행해보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서 첫 시간을 맞았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신문을 읽고 관심있는 기사를 스크랩하여 내용을 요약하고 교과서와의 관련성을 따져본 후, 자신의 의견을 서술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서로 돌려가면서 의견을 달아준 후, 모둠을 대표하여 발표한 내용을 선정한다.

  모든 과정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되지만 특히 본인이 선택한 기사와 교과서와의 관련성을 심층적으로 따져보도록 주문하는데, 처음에는 잘 안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차츰 내용적인 깊이를 더해감에 따라 지식의 활용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사의 내용도 과학, 문화,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며칠전, 모둠별로 돌아가면서 발표할 때의 일이다. 첫 번째 모둠에서 선정된 학생이 발표를 시작하였다. 이 학생이 선택한 기사는 최근 교육당국이 확대 적용하기로 한 교원평가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학생은 교원평가제를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관료제의 부정적 측면인 ‘무사안일주의’와 관련지으며, 가르치겠다는 열의도 없이 그저 월급만 받는 교사들에게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서 같은 모둠의 친구들이 달아준 의견을 발표했다.「교원평가제는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도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노력한 만큼 성과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 지도의 능률이 더욱 오를 것이다.(의견 1)」, 「선생님도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을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교장이나 교감직에 대한 로비가 심해지고 인기몰이에만 집착하는 교사들이 늘어날까 걱정이다.(의견2)」, 「평가의 신뢰성이 문제다. 학부모가 선생님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순이다. 선생님들을 잘 알고 있는 학생들도 엄격하게 지도하는 선생님보다는 간섭을 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잘 해주는 선생님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솔직히 교원평가제는 아직 시기상조인 듯 하다.(의견3) 」

  평소같으면 학생의 발표가 끝나면 의견을 다시 정리하거나 보완해야될 사항을 설명했는데 이번 주제는 지도교사로서도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의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다 막상 교원평가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입장에서 평가의 주체인 학생들 앞에서 개인적 의견을 밝힌다는 것이 오히려 객관성을 해칠 듯 싶었다. 일단 교과서와의 관련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쟁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채 다음 학생의 발표로 넘어갔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교육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교원평가제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무척 당혹스러워하는 듯 했다. 과거와는 달리 교사들의 권위는 날이갈수록 떨어지고 버릇없는 학생들은 늘어만 가는데 교원평가제까지 시행되면 과연 소신을 갖고 학생지도에 임할 교사가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지금도 수업 분위기를 저해하는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해 수업이 곤욕이라고 하소연하는 선생님들이 부지기수다.

  교원평가제가 시행되면 교사들 간의 경쟁으로 수업 자료의 공유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잘 보이려는 교사로 인하여 정작 실력있는 교사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교원평가제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해소할지 교육당국의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진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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