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의 추억 (20)

2007.02.09 10:01:00

지난 99년 초・중등 교감, 전문직 직무연수가 5월 11일 울산대학교 대강당에서 있었다. 나는 전문직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교감, 전문직 직무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 강의하러 나오시는 분이 다들 무게가 있으신 분이라 기대가 되는 연수였다. 첫 시간 강의를 맡으신 분이 그 때 당시의 김지웅 교육감님이셨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지만 그 어른께서 남기신 말씀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김 교육감님께서 특강을 하셨는데 생각보다 강의를 잘 하셨다. 김 교육감님께서 경남연수원장 시절 특강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내가 강의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탓이라 크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판이하게 달랐다. 교육감님께서는 교육관이 투철하셨고 울산교육을 바로 세워보고자 하는 신념과 의지가 굳센 분임을 알 수 있었다.

울산교육의 발전을 위해 크게 이바지하실 분이신데 갑작스런 병으로 돌아가셨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돌아가시고 나니 더욱 아쉽다. 울산교육의 큰 별을 잃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분이 좀 더 울산교육의 틀과 기본을 다져놓았더라면 더 크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 때 교육감님의 강의는 내용이 알찼고 하나하나 가슴에 와 닿았다. 원고 없이 하는데도 막힘없이 술술 잘 하셨다. 책도 많이 보신 것 같고, 해외연수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흐뭇했다. 교육의 수장답게 학식과 인품을 두루 갖추신 능력이 탁월하신 분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 때 강의 내용을 메모하기도 했다.

그 어른께서는 어려운 교육여건 속에서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과 단합하면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으셨다. 보통 개미는 부지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만 마리 개미 중 일하는 개미는 2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벌도 일하는 꿀벌이 있는가 하면 일하지 않는 꿀벌이 있다고 하셨다. 새삼스러웠다. 개미는 다들 부지런해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줄 알았는데. 함께 일하고 함께 노력하며 함께 동참하기를 강조하셨다.

그리고 인성교육은 별도로 강조해서는 안 되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하셨다. 1일 1단체 가입을 권장하여 실질적 봉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인성교육은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을 강조하셨고 말로 하는 인성교육보다 행동으로 하는 인성교육을 강조하셨다. 학력향상에만 치중하다 보면 인성교육이 소홀히 될 수밖에 없는데 교육감님께서는 학력과 인성이 함께 가는 병행교육을 강조하신 것이다.

강의 내용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보크’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보크’가 신문팔이를 했는데 신문 8장을 팔아 빗자루 둘을 사서 신문 파는 동네의 거리를 매일같이 청소하였다. ‘보크’로 인해 매일 거리가 깨끗해지니 동네 사람들이 ‘보크’가 파는 신문을 사 주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신문 8부로 시작하여 100부,200부,300부로 점점 판매 매수가 늘어났다. 신문부수가 늘어나니 청소하는 것을 그만 둘 수 없어 가판대를 설치해 놓고 자기는 계속 청소를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의 역할이 돋보이기 시작해 인쇄소 사장이 그를 인쇄소 급사로 일하게 했다. 항상 불결했던 인쇄소가 깨끗해졌다. 그의 성실하게 일한 덕분인 것을 안 사장은 5년 뒤 그를 인쇄소 지배인으로 승진시켜 주었다. 만류하며 그 밑의 일을 하려고 하였으나 주인의 요구에 마지못해 지배인을 맡았는데 3년 만에 인쇄소 사장이 ‘너만큼 근면, 성실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하면서 사장자리를 물려주었으며, 회사 인수 17년 만에 박물관을 건립하였고 보스톤시에 음악당도 건립하였다는 것이다.

작은 일부터 착실히 성실하게 하니 나중에 큰일도 거뜬히 해 내며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성장한 것을 소개하면서 성실한 사람을 강조하셨다. 남의 눈치만 보고 적당히 하는 교직사회에서, 자기의 이익과 욕심만 챙기는 교직사회에서, 근면과 성실과 행동보다 말과 이론만 앞세우는 교직사회에서 성실하고 근면하며 자기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강조하셨다.

이기적인 인간 되지 말고 이기적인 사람 만들지 말고 작은 일 하나라도 내가 먼저 실천하고 근면과 성실을 무기로 삼고 교육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육자, 근면하고 성실한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라고 하신 교육감님의 말씀을 오래 되새기고 싶다. 지금은 교육감님께서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지만 그 어른께서 강조하신 말씀은 아직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보크’와 같이 근면 성실하게 실질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인물을 그리워하면서...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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