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들의 함성을 뒤로하며…

2007.02.28 16:02:00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입니다. 그 때는 무척이나 생활이 어려운 때였습니다. 엄마 아빠는 늘 논밭에 나가셔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친구들과 실컷 놀다가 혼자서 슬며시 들어와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보(책을 보자기에 싸 가지고 다님)를 마루의 귀퉁이에 내팽개쳐 두었다가 그 다음날 학교가 갈 때면 그대로 둘러매고 학교에 가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2학년 1학기 때까지도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여 나머지 공부를 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하는데 동네 언니들이 교실에 구경을 하러 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창피한 줄을 별로 몰랐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감기에 걸려 학교에 가지를 못하고 결석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6학년에 다니는 누나가 글씨 쓰기와 그림을 그려준 과제물을 가지고 학교에 갔습니다. 선생님은 숙제 검사를 하시면서 내 그림 숙제를 유심히 보시더니,
“여러분 이 그림을 보세요. 이 그림은 수룡이가 숙제로 해온 그림입니다. 잘 그렸지요? 그리고 어제 결석을 했는데도 이렇게 숙제를 잘 해 왔어요. 모두 칭찬을 해 줍시다.”

처음으로 선생님과 친구한테 칭찬을 받아보는 거였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잊어지지 않습니다. 그 후 내가 당번이 되는 날 미술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칭찬을 듣기 위해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심지어는 체육시간까지 나가지도 않고, 색칠한 위에 또 색칠을 하고 또 칠하고 덕지덕지 칠하여 다른 친구들 그림 위에 내 그림을 올려서 선생님께 냈지만, 칭찬을 받지 못하여 조금은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먼 훗날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고 또 공부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마 선생님이 누나가 대신 그림을 그려 주었다는 것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제 내가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칭찬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칭찬으로 어린이들을 지도해 왔고, 앞으로도 칭찬을 통해 어린이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엄한 선생님한테는 어린이들이 눈치를 보며 자라지만, 칭찬을 받으며 자란 어린이들은 즐거움과 자신감을 가지고 씩씩하게 잘 자란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 2학년 6반 어린이들은 착하고 명랑하며 순진한 어린이들입니다. 공부도 열심히 잘합니다. 지난 번 수업 경연대회 때는 모두가 열심히 잘하여 수업을 잘하는 상도 받았습니다. 우리 반 어린이들 모두가 발표 잘하고 열심히 활동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개구쟁이들이 3학년이 되면 더욱 의젓해 질 것입니다. 지금은 어미 닭이 병아리를 잃어버린 심정입니다. 부디 건강하고 착하며 바르게 잘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살아가면서 대전00초등학교 2학년 6반의 생활이 평생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학년말 종업식을 마치고….
2학년 6반 담임 0 0 0 씀
최수룡 수필가/한국초등수석교사회 고문/아이신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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