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손, 마음, 생각 갖도록

2007.03.07 09:05:00

오늘도 어제에 이어 날씨가 춥습니다. 꽃샘추위 치고는 아주 춥습니다. 빨리 추위가 지나가고 웃는 봄이 활짝 기지개를 폈으면 합니다. 신입생들이 안 그래도 정이 들지 않고 안정이 되지 않는데 날씨까지 이러면 어떡하나 하며 추위가 물러나기만 고대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추위에 주눅 들어 맥을 추지 못하는데 따스한 햇살 아래 몸을 좀 활발하게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아침입니다.

저는 어제 학교를 구석구석 둘러보았습니다. 30년 교직생활 중 중학교 근무는 초임 때 4년밖에 되지 않아 중학생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학생들이 착하고 순진하고 귀엽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극히 일부이지만 학생들이 이렇게 난하고 장난 좋아하고 낙서 좋아하고 나쁜 그림을 아무렇게나 그려놓는 것을 보고는 아하 아직 초등학생들 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한 중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께서 글을 보내왔었는데 그 중에 중학교생들의 모습에 대해 일부가 적혀 있어 그걸 옮겨보면 이러합니다.

“중학교 애들은 정말 천둥벌거숭이라 잠시를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싸우고 장난치고 학교 기물 남아나는 게 없고. 깨끗이 청소하시고 나면 욕심이 나실 텐데 그걸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듯. 그러려니 하세요. 쇠로 된 사물함이 못 견디는데 할 말이 없죠.”

중학교 학생들이 어떠하다는 것을 직접 제 눈으로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냥 들을 때는 그러려니 하였지만 이제는 직접 보고 확인이 가능하게 되니 더 정확하게 중학생들에 대해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앞으로 어떻게 학교를 경영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 부임했을 때 보는 학교의 좋은 이미지와는 달리 구석구석, 특히 손이 잘 가지 않는 곳, 외진 곳, 눈에서 멀어진 곳인 벽과 화장실의 벽은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낙서가 심했습니다. 옛날 저들이 어릴 때 초등학교에서나 볼 수 있던 낙서, 그림 등이 중학교에 그대로 있다는 것 자체가 저를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그런 것들을 보고 선생님들이 반응이 없었다는 것을 보고 저는 더욱 놀랐습니다.

저 자신이 너무 민감해서 그렇습니까? 그런 낙서나 그림을 보고서도 예사로이 보고 넘어가는 둔감함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건 도저히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며 그대로 방치하는 건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페인트를 사서 낙서를 지우고, 그림을 지우고 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에게 말씀을 드리니 그렇게 해 놓으면 사흘도 가지 않는다고 하네요. 정말 중학교에서의 교육은 지금부터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벽에 낙서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이런 학생들을 그냥 방치하는 것은 교육자의 양심을 팔아먹는 일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러기에 함께 낙서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낙서나 이상한 그림 그리지 않도록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교육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학생들은 누구나 다 깨끗한 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깨끗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깨끗하지 않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할 수 있게 되고, 순간적으로 깨끗한 마음이 나쁜 마음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을 잘못 참아 벽에 이상한 그림이나 온갖 더러운 욕설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을 보게 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도해야 합니다. 해맑은 마음을 가진대부분의 학생들이 순간적으로 더러움에 팔려 온갖 저질적인 욕설, 저질적인 그림을 보고 더러운 물감으로 물들여질까봐 걱정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지도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설득해야 합니다. 혹시 학생들 중에 벽에 낙서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더러운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면 잘 지도를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자라나는 학생들이 깨끗하게 자랄 것입니다. 마음이 더럽게 물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기대하는 좋은 학생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부터 어디서나 낙서를 하지 않도록 해야죠. 어디서나 쓸데없는 그림을 그리지 않도록 해야죠. 그런 낙서나 그림을 보면 내 집을 관리하듯이 우리 모두가 학교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손수 낙서를 지워야 합니다. 손수 그림을 지워야 합니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안 됩니다. 그냥 모른 체해도 안 됩니다.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저도 낙서나 그림 지우는 일, 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에 앞장서겠습니다. 대강시간이나 비는 시간이 있으면 저도 교실에 들어가서 직접 교육하는 일에 동참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마음이 유쾌한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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