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마중물입니다

2007.03.21 09:03:00

오늘은 대체로 날씨가 맑다고 하니 참 좋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날씨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3월은 봄이 아닌 것 같다고도 합니다. 그 정도로 날씨는 변덕이 심하고 추위는 자주 샘을 내서 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무섭게 추위는 서서히 물러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늘에 나는 새들만 봐도 다릅니다. 그들의 날개가 힘이 있습니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상공을 힘차게 납니다.

봄을 즐겁게 맞이하는 생명체가 참 많습니다.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꽃들은 봄을 맞이하는 게 확연하게 다릅니다. 우리학교 담에는 노란 개나리가 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성급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잎도 필요 없습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핍니다. 오직 봄을 기다렸노라고 하면서 봄을 알리기만 합니다.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요식행위도 필요 없습니다. 형식도 필요 없습니다. 오직 내용만을 향해 나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개나리처럼 본연의 자세, 해야 할 내용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렇게 빨리 봄을 알리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개나리에게서 배울 점이 있습니다. 온갖 격식 다 갖추며 준비하느라 본연의 임무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쓸데없이 형식 찾고 모양 찾다가 중요한 내용 놓치고 중요한 일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것입니다.

잎이 뭐 중요합니까? 잎 피고 나서 꽃을 피우려면 언제 봄소식 전하겠습니까? 그러니 바로 노란 꽃을 피우며 봄의 찬양하는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을 보면서 개나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집니다. 할 일부터 먼저 해야지, 너무 형식 찾고 격식 찾지 말아야지, 형식이나 격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형식이나 격식보다는 알맹이 즉 내용을 더 중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은 선생님은 마중물이구나,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단단히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마중물이란 펌프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의 물을 일컫는 말 아닙니까?

옛날 저가 어린 시절 저의 집 안에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 말고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이 우물은 깊어서 그런지 자주 펌퍼에는 물이 고여 있지 않아 물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한 바가지의 물을 붓습니다. 아니 어떤 때는 두 바가지, 세 바가지의 물을 붓고 펌프질을 합니다. 그러면 곧 물이 올라오지 않습니까? 처음에 녹물이 올라오다가 그 다음부터는 맑은 물이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펌퍼에는 마중물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중물이 없으면 물을 길을 수 없습니다. 우물 속에는 엄청난 물이 있음에도 그것을 끌어올릴 수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학생들은 깊은 물과 같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지혜가 있습니다. 엄청난 가능성이 있습니다. 엄청난 잠재적인 특기와 적성이 있습니다. 놀라운 보석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끌어올려 주는 분이 있어야 합니다. 마중물과 같이 깊은 물이 나올 때까지 물을 공급해줘야 하는 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분이 누구입니까? 바로 우리 선생님들 아닙니까?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이 갖고 있는 깊은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학생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학생들이 갖고 있는 무한한 생각, 통찰력, 사고력, 창의력 등을 길어 올리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주면 그 때부터 끊임없이 깨끗한 물이 솟아나듯이 자기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무한히 길어 올릴 것입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해도 잘 안 되고 녹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바가지 아니면 두 바가지, 세 바가지 부어주면 그 때부터 숨은 자질들이 서서히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학교 골마루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붙어 있습니다.

‘청소년은 무한한 잠재력과 실천력을 가지 사회의 귀중한 자원입니다. 청소년은 가치 있으며 존경 받을 만한 일을 생산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청소년은 시민으로서 지역발전에 책임과 의무, 권리를 가진 존재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엄청난 잠재력과 실천력을 갖고 있는 귀중한 자원입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과 실천력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우리 선생님들이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님은 마중물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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