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농부입니다

2007.04.05 08:58:00

오늘은 금년 들어 가장 하늘이 맑고 밝은 날인 것 같습니다. 구름 한 점 없고 티없이 맑은 날입니다. 수정 같이 맑고 고운 하늘입니다. 오늘이 알고 보니 우리나라 24절기의 하나인 청명입니다. 글자 그대로 청명한 날입니다. 음력 3월인 청명은 보통 식목일과 겹치는데 오늘이 그러합니다. 청명 보통 한식 하루 전날이거나 한식과 같은 날이 되는데 이번에는 한식 하루 앞날입니다.

오늘과 같이 날씨가 맑고 밝은 청명일을 기해 농부들은 봄일을 시작하는 날 아닙니까? 씨앗도 뿌리고 나무도 심고 논밭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도 시작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때 농부와 같이 우리 선생님들은 교육농사에 대한 다듬질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이제는 바깥 정비도 어느 정도 끝이 났습니다. 안에도 많은 손질을 했습니다. 도서실도, 과학실도, 컴퓨터실도, 음악실도, 가사실도, 각종 특별실에도 열심히 정비하고 손질을 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농부가 농가에서 논밭을 갈아붙이고 농기구 손질을 하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교실환경을 꾸미고 유리창을 청소하고 교실바닥을 깨끗하게 하며 거울을 손질하며 각종 과학실험도구를 손질하며 컴퓨터를 점검하는 것을 보면서 지혜로운 농부 못지않게 지혜로운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 행정실 직원들의 준비과정이 돋보였습니다. 전 직원들이 점심시간, 수업시간, 퇴근시간에 운동장과 운동장 밖을 돌면서 구석구석 청소를 하며 뒷마무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쓰레기봉지를 들고 집게를 들고 학생들이 무심코 버린 휴지나 껌종이, 캔, 음료수 병 등을 열심히 줍거나 뒷정리를 하는 것을 보면서 근면하고 성실한 농부의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그분들처럼 조금도 불평함이 없이 학생들을 도우고 선생님들을 도우겠다는 마음으로 뒷바라지 하는 그 모습은 오늘 맑고 밝고 깨끗하고 고운 하늘에 떠 있는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납니다. 감동을 줍니다. 희망을 줍니다. 빛을 줍니다. 이와 같은 모습이 많은 학생들을 감동시키고 선생님들을 감동시킬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마음 밭을 갈아엎고 묵은 생각을 갈아엎고 나쁜 습관을 갈아엎는 농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학생들의 머리 밭에 기초교육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학습자료를 만들고 각종 기자재를 손질합니다. 또 학생들의 마음 밭에 기본교육의 씨를 뿌리기 위해 먼저 자신을 손질합니다. 자신의 씨앗을 고릅니다. 자신의 씨앗을 좋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그 아름다운 사람됨의 씨앗을 뿌립니다.

이제 청명일을 계기로 더욱 양질의 씨도 뿌리고 희망이 있는 나무도 심어야 합니다. 학생들의 마음 밭을 더욱 갈아붙여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굳어있는 잘못된 사고의 밭을 과감하게 갈아엎어야 합니다. 자기중심적 사고의 틀을 깨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지금 우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본성이 자기중심적인데다 날마다 접하는 모든 광고들이 자기중심적이 되도록 부추기고 있어 교육농사가 쉽지 않습니다. 바꾸기가 너무 힘듭니다. 아무리 바꾸기 힘들어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타인 중심적 사고의 씨를 뿌려야 합니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남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타인 중심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기중심적 패러다임에서 타인 중심적 패러다임으로 전화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이 보입니다. 그래야 학교 친구가 보입니다. 그래야 학교가 보입니다. 그래야 지역이 보입니다. 그래야 나라가 보입니다. 그래야 세계가 보입니다.

이제 나무도 심어야 합니다. 꿈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비전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나무를 심되 꿈이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비전을 있는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꿈과 비전을 품되 큰 꿈과 큰 비전을 품도록 해야 합니다. 작은 꿈과 작은 비전 말고 큰 꿈과 큰 비전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큰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큰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정성껏 나무를 심듯이 꿈나무를 심고 키워봐야 할 것 아닙니까? 꿈은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고 소원은 품는 자만이 이룹니다. 우리 1,142명의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 주었으면 합니다.
선생님은 농부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