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방향입니다

2007.04.06 10:22:00

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요즘 너무 바쁩니다. 정신없이 바쁩니다. 교무부장 선생님께서는 선생님들이 오후 7시 반이 되었는데도 대부분 퇴근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바쁩니다.

어제 오후 서울에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저의 딸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말미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정신이 없다’고 하더군요. 며칠 전에는 식당 질서지도로 인해 입이 밥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합니다. 하루는 환경미화를 한다고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다고 하며 또 어떤 하루는 일기검사를 한다고 학교에 남아있다고 하고 또 하루는 장학사님 오신다고 해서 수업 준비한다고 남아있다고 하더군요.

또 어제 저의 고모상으로 인해 부산 영락공원 빈소에 갔었는데 거기에는 형님, 형수를 비롯하여 우리 교육가족이 거의 다 모였습니다. 생질부(甥姪婦)도 초등학교에 근무하는데 퇴근하는 길에 두 딸과 함께 빈소에 오신 누님께 왔습니다. 그 동안 할머니와 함께 잘 놀던 두 아이는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품에 안기며 그 때부터 어머니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학교에서 너무 힘들게 생활하다 왔는데 또 집에 와서도 애들에게 이렇게 시달리는 것을 보고 우리 선생님들에게 정말 잘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른 아침마다 지나다니는 골목이 하나 있습니다. 그 골목에서 최근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봄꽃의 3인방입니다. 벚꽃과 개나리꽃과 목련입니다. 골목 양쪽에 피어 있는데 한쪽에는 벚꽃과 개나리꽃이 짝을 이루며 화사함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하얀 목련과 보랏빛 목련이 짝을 이루며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입이 짝 벌어질 정도로 감탄하게 만듭니다.

이 중 하얀 목련꽃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아름답게 피어 있던 것이 사라져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자기의 사명을 다한 하얀 목련꽃이 그리워집니다. 다시 내년을 기다리게 됩니다. 하얀 목련이 추위를 무릅쓰고 봄을 알리기 위해 자기의 사명을 다했다는 생각에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리게 됩니다.

아침 출근길에는 노란 개나리꽃이 서서히 푸른 웃음을 머금기 시작했습니다. 개나리의 노란 웃음은 서서히 다물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조금도 화내지 않고 푸른 웃음과 함께 웃어주니 새삼스럽니다. 노란 웃음만 선사할 때보다 더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짧지만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봄을 알린 개나리꽃도 눈앞에서 자꾸만 아른거립니다. 다시 1년을 기다리며 그들의 활동 모습을 또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얀 목련꽃도 노란 개나리꽃도 자기의 삶의 목적을 밝히 보여 주고 표현하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학교에서의 교육목적과 교육방향에 대한 자기의 구체적인 표현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자신부터 다시 학교와 선생님과 학생들에 대해 해야 할 구체적인 목적과 방향을 점검해 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 아무리 힘들고 바쁘더라도 우리에게 교직을 길을 걷게 한 이상 우리가 학교에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내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무슨 일로 어떤 유익과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러할 때 학교생활의 목적이 뚜렷하게 잡힐 것입니다. 그러할 때 내가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러할 때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할 때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잡힐 것입니다.

교육은 방향입니다. 교육은 속도가 아닙니다. 평소에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안다면 그 때부터는 문제가 없습니다. 속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방향이 잘못되었느냐 잘되었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방향이 잘못되면 간 것만큼 되돌아야 와야 하고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 아닙니까? 속도는 언제나 위험이 따릅니다. 속도를 많이 내면 사망 내지 대형사고입니다.

그러니 속도를 너무 중요시 하지 말고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내가 과연 학교를 위해, 학생들을 위해 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내가 과연 학교를 위해,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내가 과연 학교가 중심이 되어 있고,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있는지를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학교가 내 집보다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는 않습니까? 학생들이 내 가족보다, 내 취미보다, 내가 재미있게 사는 것보다, 내가 하는 운동보다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그것은 선생님으로서 가야할 바른 방향이 아닙니다. 학생들을 위하고 학교를 위하는 마음이 최우선 순위가 될 때 선생님으로서의 나아갈 방향이 바로 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럴 때 선생님으로서의 맡은 사명에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고 학생들에 대한 애착이 있게 될 것입니다.

교육은 방향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