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와 같은 사람 되지 않도록!

2007.04.12 09:16:00

오늘 아침은 안개를 보게 됩니다. 가까운 곳에는 별 지장이 없지만 먼 곳은 시야를 가립니다. 출근길에 매일 반겨주는 동대산이 희미하게 다가옵니다. 출근길에 매일 반겨주는 햇살이 힘을 잃습니다. 안개는 언제나 장애물입니다. 안개는 언제나 짜증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안개의 위력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아침 잠깐입니다. 머지않아 사라지고 맙니다.

오늘 아침은 저가 혹시 안개와 같은 사람이 아닌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안개와 같이 남이 잘되는 것 배 아파하고 남이 빛나는 것 가리기만 하고 남이 나아가는 길에 장애물이나 놓고 남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못봐 주고 험담이나 하는 사람이 아닌지를 되돌아봅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남의 잘되는 것 배 아파하기도 하고 남이 빛나는 것을 가리지는 않지만 빛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남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배우기는커녕 좋은 점을 발견해도 못본 체 하며 잘못을 찾아 그것 지적이나 하는 별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안개와 같이 방해꾼, 장애물은 머지않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안개와 같은 자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동대산은 안개가 방해를 놓아도 화내지 않습니다. 가리지만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린 채 보여줍니다. 보여 줄 것도 많고 알릴 것도 많지만 조금도 조급증을 내지 않습니다. 오늘 아침을 위해 출퇴근하는 분을 위해 사전에 많은 것을 준비해 놓았는데 안개가 가리니 얼마나 짜증이 나겠습니까? 그래도 짜증을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푸른 웃음을 머금습니다. 안개가 가린 푸른 하늘도, 안개가 가린 푸른 태양도 함께 웃어줍니다. 그러니 푸른 웃음은 더욱 정이 갑니다. 더욱 다정스럽습니다. 더욱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안개가 가릴수록 더욱 빛나는 태양, 안개가 가릴수록 더욱 아름다운 하늘, 안개가 가릴수록 더욱 믿음직스러운 산이 보기가 좋습니다.

우리들도 내 앞을 가로지르는 장애물이 있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사기를 꺾는 분이 있다 할지라도 낙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이 나아가는데 어떤 시련이 있다 할지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개와 같은 그런 장애물이 있을 때 더 빛이 나기 때문입니다. 안개와 같은 방해꾼이 있을 때 더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안개와 같이 시야를 가릴 때 더 믿음직스러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 중에도 친구들을 방해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공부를 못하게 방해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운동을 못하게 방해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청소를 못하게 방해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도 시비를 걸고 또 어떤 학생들은 친구들의 마음을 면도날과 같은 예리한 말로 갈기갈기 찢어놓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조용하게 앉아 사색을 하고 싶은데도 장난을 걸고 하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안개와 같다는 것을 깨우쳐줘야 할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자기의 뜻을 이루지도 못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못난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자기가 하는 행위가 옳지 않은데도 옳은 것으로 착각하고 삽니다. 이런 학생들은 자기들의 잘못은 깨닫지도 못하면서 친구들의 사소한 잘못된 행동에도 분을 참지 못합니다. 당장 분노를 터뜨리며 모욕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들이 안개와 같은 존재임을 알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친구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지는 못할망정 순진한 친구들에게 예리한 칼로 가슴을 찌르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부모님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선생님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친구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부모님의 뼈를 썩게 하는 염증과 같은 존재임을 알도록 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뼈를 썩게 하는 염증과 같은 존재입니다. 안개 같은 존재가 바로 친구들의 뼈를 썩게 하는 염증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한 학생도 안개와 같은 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부모님의 자랑과 기쁨이 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의 자랑과 기쁨이 되어야 할 것 아닙니까? 안개와 같이 남에게 피해주고 방해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고 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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