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맛있게 먹는 법

2007.06.07 16:29:00

내가 살고 있는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에서 소래포구와 월곶을 지나 조금 더 달려가면 시화호가 있다. 바닷물을 막아 담수호로 만들려다 실패하고 지금은 다시 바닷물이 드니들도록 한 거대한 인공호수다. 이 호수의 방조제가 사뭇 장관이다. 길이가 13km 정도나 되는 4차선 도로가 사뭇 이국풍경을 연출하면서 시흥시와 대부도 사이에 뻗혀 있는 것이다.

자동차도로 옆으론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도로가 나란히 나 있어 동호인들이 즐겨 애용하는 단골 코스이기도 하 다. 양 옆으론 자전거 대여소가 있고 토스트나 커피를 파는 차량이 군데군데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길가에 자동차를 세우고 방조제 둑에 올라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쐬고, 낙조를 바라 보고, 멀리 물이 빠진 갯벌에서 너도나도 바지락을 캐는 사람들을 망연히 바라보기도한다.

나도 이 길을 자주 가는 편이다. 대부도 입구에서 부터 화성시 송산면 마산포까지 농업기반공사가 조성한 환상의 도로에서 사이클을 타기 위해서다. 이 도로는 2차선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해 놓았지만 자동차는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쪽문을 통하여 겨우 자전거 한 대 드나들 수 있을 뿐이다. 이 도로를 자전거 동호인이나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인들이 즐겨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드넓은 시화호 가운데를 가로질러 조성된 이 길은 환상의 사이클 코스다. 나는 사시사철 이 코스를 따라 왕복 20여km를 달린다. 계절마다 모여드는 철새들의 군무도 장관이고 팔뚝만한 숭어가 물 위로 치솟으며 만들어내는 한가로운 풍경도 일품이다. 여기저기 나무를 심고 벤치를 만들어 조성한 아늑한 쉼터에 앉아 바다와 낙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가끔 한 구절의 시구가 불현듯 떠올라 나중에 한편의 시로 완성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나는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즐거워진다. 도시에 살더라도 늘 자연을 찾아 나서리라 다짐하는 것이며 나중에는 아주 풍광 좋은 어느 시골에 머물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서너 시간 호젓하게 사이클을 타며 자연의 품속에 몸을 맏기다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거기 맛깔스럽게 국물을 내는 칼국수 집이 있다. 운동을 끝내고 나는 이 집에 들러 칼국수 한 그릇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칼국수를 자주 먹다보니 조금 요령이 필요할 걸 알았다. 칼국수의 참 맛은 그 국물에 있다 . 그런데 칼국수 면발은 비교적 굵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면을 집어 올리면 그 국물의 맛을 함께 맛보지 못하는 게 흠인 것이다. 가끔은 생경하게 칼국수 면발에서 밀가루 냄새가 입안 가득 끼쳐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 어떤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다가 면발과 국물을 함께 먹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아주 간단하다. 석박지나 김치를 썰으라고 함께 나온 가위로 그것을 썰고 난 후 칼국수 면발을 몇 번 뚝뚝 끊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럼 숟가락에 면발과 함께 국물이 가득 담기기 때문에 면발과 함께 시원한 국물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다.

보통 잔치국수나 라면 혹은 냉면은 면발이 가늘기 때문에 젓가락질 만으로도 많은 국물이 면과 함께 올라온다. 자장면은 국물이 없으니 자연히 면발과 자장이 잘 배합되어 적당히 맛을 내준다. 우동이나 짬뽕 등은 아무래도 그 국물이 칼국수의 감칠맛 나는 맛에 비교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까 굳이 면과 국물을 꼭 같이 먹을 필요 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면발이 굵은 우동이나 짬뽕은 칼국수 처럼 몇 번 끊어서 국물과 함께 먹는 방법이 괜찮기도 할 것이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로부터 밀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시골에서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만드는 콩국수, 비빔국수, 칼국수를 매우 좋아했고 수제비도 좋아했다. 식성이 변하기도 하겠지만 나의 밀것 사랑은 나이가 들어서도 변함 없다.

밀것이라면 비빔국수, 잔치국수, 자장면, 우동, 짬뽕등 을 즐겨먹다가 칼국수에 흠뻑 빠지게 된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아마 칼국수의 명소가 가까이 있고 그곳 을 자주 가게 되면서 부터일 것이다. 더 나이가 들어서도 나는 대부도로 달려가 시원한 바지락 칼국수를 즐겨 먹었으면 좋겠다. 사이클을 타고 시화호를 가로지르며 호젓하게 바다바람을 쐬고 서해의 낙조를 바라보며 시원한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싶다.
최일화 시인/2011.8 인천남동고 정년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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