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우리 반 풍경

2007.06.19 17:18:00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꿈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 류시화의《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중에서 -

상상력, 신화, 꿈, 희망, 웃음, 사랑.... 오늘 <고도원의 아침 편지>에서 접한 대목입니다. 어쩌면 요즈음의 내 생활에서 이것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나를 짓누릅니다.

습관적으로 학교에 가고, 퇴근을 하고 집안 일을 하며 나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듯한 두려움 말입니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끝까지 완독하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곤 합니다. 그냥 심드렁한 일상이 펼쳐지고 있음에 스스로 놀랍니다.

날마다 새로움을 추구하고 감동을 원하는 1학년 아이들에게 행여나 죄를 지을까 봐 며칠 전부터는 심각하게 명예퇴직까지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교실에만 들어가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행복해지고 자료를 준비하고 만들고 복사하며 아이들처럼 방방대는 내 모습은 퇴근 후에 지쳐있는 내 모습과 너무 다르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흘려놓은 한 단어를 생각하며 혼자 실실 웃노라면 아직은 내게 `사랑`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합니다. 틈만 나면 교실 구석에 잘 숨는 우리 반 신원이에게 "신원아, 왜 자꾸만 텔레비전 뒤로 가니?" 했더니 "텔레비전 심장을 보려고요." 해서 얼마나 감탄했는지…

나도 그렇게 아이들처럼 단순하면 이렇게 머리 아프게 살지 않을텐데. 그것뿐이 아니랍니다. 오늘 국어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좋은 점을 말해 봅시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켰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방건후) "생각이 좋아져요."(이신원)라고 말해서 얼마나 기특하던지 칭찬 스티커를 크게 주었답니다. 아이들에게 나보다 나은 '청출어람`을 보는 즐거움만큼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은 없지요.

글눈을 떠 가는 우리 반 꼬마들이 몰래 주고 가는 사랑의 편지를 받는 재미, 까만 눈을 지척에서 들여다보며 속삭이는 소중한 순간을 즐기고 있지요. 20명 모두가 날마다 깨끗이 비우는 점심 식판을 보기 위해 점심 시간 1시간을 엄마처럼 젓가락을 들고 이 아이, 저 아이에게 먹이는 즐거움, 아침마다 20분 가까이 숙제를 검사하며 아이들 얘기를 듣는 재미에 리포터로서 글 쓰는 숙제는 하나도 하지 않고 놀아버렸어요.

다시 열심히 할 테니 회원님! 용서해 주세요.
장옥순 담양금성초/쉽게 살까, 오래 살까 외 8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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